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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문 밖 너른 마당(525회-통합 930회) : 60 정년! 지난날의 생각

admin 기자 입력 2025.07.31 16:43 수정 2025.07.31 16:44

↑↑ 유하당(柳河堂)=칼럼니스트
ⓒ 완주전주신문
【1화】 정년으로 일손을 놓으면 지난날의 생각에 잠이 오지 않거나 주먹을 불끈 쥐기도 한다. 여기 나온 사람 이름은 한 자를 고친 가명이다. ‘이상무’군이 사범계학교를 졸업, 직장을 잡았다. 같은 날 발령이 난 ‘손국수’ 여선생은 동 학년 담임으로 반년을 지나니 교내 분위기들에 대충 짐작이 간다.

손국수 선생은 예쁜 걸 떠나 신언서판 몸가짐이 정숙하다. 교사는 품위가 으뜸이기에 매사에 조심, 선배 동료들로부터 신사·숙녀 소리를 들었다. 특히 이상무 교사는 손국수 선생과 복도에서 만나는 경우 정중한 인사 정도일 뿐이지 사무 얘기 외엔 다른 말이 별로 없다. 여러 사람들과의 대화나 회식이 끝난 뒤 마지막에 일어서며 눈 서로 맞춰 한참 바라보는 게 전부이었다.

그럭저럭 5년이 자나 이동발령으로 각각 헤어져 편지·답장 몇 장이 오갔고, 그 후엔 다른 소식 모두가 끊겼던 사실을 혼자만의 추억 속에 담아두고 살았다.

웬일인지 만나면 ‘오랫동안 말없이 눈길을 왜 때지 못 했더냐?’ 이 한 마디만은 꼭 묻고 싶다. 그런데 상담 전문가의 말 ‘만나지 마란다.’→그전과 다른 모습일 것이고, 지금 형편(?)을 알아서 도움 될 게 없으니 전날의 감회만 소중하게 간직하고 즐기란다. 그래도 아름답던 자태가 마냥 보고만 싶다.

【2화】 1980년 대 전주서중학교에서 있었던 일. 당시 입학생마다 처음 대하는 영어시간 어렵기는 하지만 호기심이 대단했다. 그런데 한 학생은 낯빛이 어둡고 영어시간을 두려워한다. 담임교사가 조심스럽게 물으니 애들이 자기를 ‘개’라고 부른다는 게다.

마음을 가다듬어 속을 떠보니 망설이던 입을 연다. 실은 이 학생 이름이 이독구이다.→생활기록부 한자가→(李‘竺’求)로 학생들은 ‘dog(개)’를 연상한다. 옥편을 펼치니 ‘竺’이→①厚也=(두터울 ‘독’)이고 ②에는 ‘竺’을 ㉠대나무 ㉡나라이름 ㉢성(姓)으로서 ‘축’이기에 이를 복사하여 나눠주며 ‘이독구’는→‘李竺求(이축구)’ 임을 신라 초의 혜초 대사 『왕오천‘축’국전』을 요약 설명하니 쉬 받아들이더라.

체육 교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그렇겠다.’며 체육시간마다 지도교사는 “이축구 이리 나와!”하시면 ‘예’하였고,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볼을 이리저리 잘도 굴려 결국 축구선구가 됐다. 교장과 직원들이 양인을 두고 ‘교사’가 아니라→‘교수(敎授)’라며 듣기 좋은 별명을 붙여 불렀다.

【3화】 서무과장(지금 행정실장)이 정년을 앞둔 교원에게 퇴직연금 수령문제를 의논하며 ①일시금 ②장기연금 선택 하나를 물을 때 ‘일시금’이라 대답했다. 밤에 잠들기 전 ‘일시금’이 후회스럽다. 탄 돈 어디로 사라졌나 기억도 가물가물. ‘연금 매월 300만원 수령이라는데…’ 대답 한 번 잘못한 후회가 늘 가슴팍을 짓누르나, 가족이 있어 고난에 울지 않았다, 신규 박사 근로자 40%가 비정규직 시대, 지상 낙원에 닥친 위기의 구름 뒤 햇살을 찾아 나서자.

 

/ 유하당(柳河堂) = 前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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