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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문 밖 너른 마당(528회-통합 933회) : 양문리(兩門里) 정자나무

admin 기자 입력 2025.08.28 15:30 수정 2025.08.28 15:31

↑↑ 유하당(柳河堂)=칼럼니스트
ⓒ 완주전주신문
<가상>전북특별자치도 석산군(石山郡) 갈수면(渴水面) 양문리(兩門里) 정자(亭子)마을에 ‘박개문(朴開門)과 전폐문(全閉門)’이 살았다. 전자는 대문 열어둔 낮에 태어나 ‘개문(開門)’이고, 후자는 문 닫힌 밤에 출산하여 ‘폐문’인데 7월 7일(칠석)이 생일이다.

이 동네에 400년 쯤 오래된 정자나무를 두고 ‘박개문’과 ‘전폐문’의 생각 행위가 전연 다르다.

여름이면 정자나무 아래에 박개문·전폐문을 포함, 마을 사람이 나와 쉬는데 △박개문은 “이 정자나무 우리고장 보배 아닌가! 이렇게 모여 편히 쉬며 노니…좋다.” 이러하고, △전폐문은 “보배는 무슨 보배! 이 나무가 있어 참새 떼 모이고 숨으며, 가을이면 새 떼 벼를 빨아 웬수(원수)이다.” 이렇게 외쳐댄다.

집안을 다스리는 품성은 어떤가. ▲박개문은 ‘개문만복래(開門萬福來)’라 써 붙이고, 먼동만 트면 대문 활짝 열어둔다. 그러하니 아쉬운 일만 있으면 누구나 시도 때도 없이 찾아든다. 성냥·라이터 없던 시절 아침 ‘불씨’를 얻으러 온다.

그런데 ▲전폐문은 대문 열어두면 ‘도부상(道負商), 화주승(化主僧), 거지 찾아 들어 시간 빼앗기고 귀찮아 아예 문을 닫아 둔다는 것이다.

일평생 양인 이렇게 반대 방향으로 살아간다. 60대에 들어 전폐문은 참새 미우니 아예 보지 않겠다며 겨울밤에 불을 질러 정자나무를 태워버렸다. 이듬해 그늘 드리우고 태풍도 막아 주던 정자나무가 사라졌으니 어찌 되겠나.

전폐문 집 나무가 넘어져 장독대 모두가 박살났으며, 봄에 불이 났는데 대문이 닫혀있어, 물 한 동이 오줌 한 바가지 들고 들어갈 사람이 없었다. 이를 본 참새들은 이리 날고 저리 날며 짹짹짹… 노래 불러댔다.

▲전폐문 손자 말 못하는 장애로 살다 5대독자 소년 죽음을 해 결국 가문이 닫혔다.

▲박개문 손자는 군청 ‘식수(植樹)과장’으로, 틈만 나면 나무를 심어 60년이 채 못 돼 석산군(石山郡)이 푸른 동산으로 변했다. 이리하여 산림청에서 큰돈을 지원, 산을 더 아름답게 꾸몄다.

이게 현재 순창군 채계산·용궐산 얘기이다. 여기 과장 실명은 박현수이다(열린 순창 참고). 박현수 과장은 완주인으로 조부(錦湖 興元:금호 흥원)는 한의원을 하셨는데 섣달이면 약값 외상 문서를 불에 태워버린 덕가(德家)이다.

이 집안 어른들 진안군 용담에 사시다 화산으로 이사했는데, 어느 날 책 짐을 진 나이 든 분이 오셔서 하는 말 “이 책들은 100년 전 귀댁에서 빌려다 본 책인데 늦었지만 받아 주시지요.” 박 과장 아버님(유일당 천규)은 큰 절을 하고 받아들였다. 고조부 박해관(朴海寬) 공은 60살 넘어 진사에 든 개혁 선진 인사이었다(오계집). 박현수 전 공무원은 산만 보면 아래로는 물길, 위로는 숲길을 생각, 주민들 잠긴 목청도 틔워준다.

 


/ 유하당(柳河堂) = 前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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