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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인물 탐방) 하재선 봉동 주공2차 경로당 회장

원제연 기자 입력 2022.09.02 10:22 수정 2022.09.02 10:22

나누고 베푸는 삶… 회원들로부터 두터운 신뢰 얻어

“행복한 사람이라면 그 주위 사람들도 행복하게 만든다.” 나치 치하 독일의 유대인 소녀인 안네 프랑크(Anne Frank)가 쓴 ‘안네의 일기’에 나오는 유명한 글귀다.

이 한 줄의 명언과 닮은 사람이 있다. 바로 봉동읍 낙평리 소재 LH주공2차 아파트 경로당을 이끌어가고 있는 하재선(78) 회장이다.

그는 여든 살 가까운 나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동안의 외모에다, 후덕한 인상과 넉넉한 인심, 겸손함까지 갖춰 경로당 회원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부터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항상 입버릇처럼 “돈이 있으면 뭐하냐? 죽어서 짊어지고 가는 것도 아니다”며 사람들에게 베풀며, 나누는 삶이 몸에 배어 있다.

경로당 회장이 되고, 이듬해인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사태가 발생되면서 경로당이 문을 닫았지만 회원들을 챙기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 나누고 베푸는 삶이 좋다는 하재선 회장이 경로당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 모습.
ⓒ 완주전주신문

실제 그는 거동이 불편한 어른들을 방문해 안부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 사비를 들여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는 어른들을 직접 찾아가 위로해 주는 일도 다반사다.

한 번은 자신의 생일날, 서울에서 자녀들이 내려와 축하잔치를 열어 주려하는데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해보라”라는 전화를 받았다.

전주의 한 병원에 입원한 경로당 어르신이 코로나에 걸렸는데, 이를 모르고 병문안을 다녀왔던 것.

결국 축하 파티는 못했고, 자녀들과도 아쉽지만 곧바로 헤어졌다. 다음 날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지만 지금까지 그 어르신에게 서운한 말 한마디 안했단다.

이처럼 자신의 몸을 더 챙겨야 하는 나이임에도 회원들을 먼저 걱정하는 따뜻한 마음을 소유한 그에게 동료회원들은 무한신뢰를 보낸다.

뿐만 아니다. 햇수로 4년째 경로당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지금까지 잡음 하나 없이 꼼꼼하게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경로당을 관리하는 (사)대한노인회 완주군지회(지회장 김영기)도 프로그램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하 회장은 코로나19 유행감소세에 따라 실외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된 지난 5월 2일부터 경로당 회원들에게 점심식사를 직접 차려주고 있다. 물론 하루 전 메뉴를 정한 뒤 자신을 차를 이용해 시장을 본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점심을 차린다는 게 번거로운 일이기는 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단다.

남편도 시장 보는 일에 적극 협조해 주고 있다. 어쩌면 지금까지 회장직을 나름대로 잘 수행하고 있는 것도 남편 덕분이라고 말한다.

또 한 사람은 바로 찰떡콤비 박순선(77)총무다. 매일 아침 경로당에 나와 청소를 하고,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드는 일을 함께하며 큰 힘이 돼주고 있다.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배고픈 시절, 진주여고를 졸업할 정도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고, 자랑하고 싶을 만큼 4남매를 훌륭하게 키웠지만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 하는 하재선 회장.

끝으로 그에게 바람을 물었다. “자식들에게 떳떳한 부모, 이웃에게는 미움 안 받고, 상처 안 주고, 눈 감을 때 ‘저 사람, 정말 아깝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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