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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문 밖 너른 마당(554회-통합 959회) : 진 곳 디딜까 걱정하는 며느리

admin 기자 입력 2026.03.12 16:11 수정 2026.03.12 16:11

↑↑ 유하당(柳河堂)=칼럼니스트
ⓒ 완주전주신문
지나는 바람결에 풀 섶 흔들려 쓸쓸한 소리 내는 밤, 세상 여위어 가고 맘 역시 늙어만 가 귀동냥할 걸 얻으려 머뭇거리다 들길 걸으며 뺨을 어루만진다. 쓸쓸함이 다른 쓸쓸함을 알아볼 때까지 너무 많은 걸 찾아다니며 인생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함을 알아차렸다. 손 시려 내미는 손 맞잡아 줄 수 없는데, 요행히 ‘진 곳 디딜까 걱정하는 며느리’가 있어 이 글을 쓴다.

신무기(愼茂基:가명)는 늦게 아들을 얻어 외며느리 35살, 자기 일흔이다. 35년 세대 차 시아버지 늙었고 며느리는 청춘이다. 그러나 며느리만 보면 탄복.

▲낭비하지 않는다. 수돗물을 작은 바가지에 받아쓴다.(수도꼭지 열어 물 철철 넘쳐나지 않게) 모든 일을 이처럼 조심스럽게 한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누구 말이나 눈 맞춰 귀 기울이며 “그러세요.” 공감을 해 주면서 “아버님은 기억력 대단하셔요,” 이렇게 응대하여 자존심을 높여주니 귀엽지 않을 수 없다.

망치질 ‘딱-따-따-딱∼, 딱-따-따-딱∼’ 벽에 못을 박자 자부의 말 “아버님은 못도 ‘리듬’에 맞춰 잘도 박으시네요.” 시아버지 대꾸 “니가 거기 있어 조심스럽게 박은 게야.” 집안 이러하니 늘 가화만사성이다.

손자 군부대에서 특별휴가 얻어 집에 오며 햇볕 조심 ‘로션(lotion)’을 사오자 “예쁜 우리 며느리가 쓸 것이구나.”하며 넘겨줬다.

생일날 쇠고기 넣은 미역국 기름 한 방울이 없자 “아가야! 넌 무슨 재주냐? 맛 좋으니 한 그릇 더 먹어야겠다.” 너그러운 시아버지이다.

마루에서 전화 마치시니 “아버님! 통화 엿들은 건 아니고요, 표정 굳어지시기에 우연히 들렸습니다. 친구분 문병 다녀오세요. 깨죽 끓이겠습니다.” 고마워 자랑 소리 절로 나오며, 남이 보면 구부간(舅父間) 아닌 부녀처럼 보인다.

향교 석전제(釋奠祭)날 ‘효부상(孝婦賞)’을 받았다. 이는 비단옷 차림에 꽃다발을 안겨 주는 격이어서 메마른 사회에 좋은 감성을 일깨운 계기가 됐다.

남원시는 춘향이로 ‘한국 여도(女道)문화’를 꽃피우며, 유희태 완주군수는 5월 가정의 달마다 빠지지 않고 효열상(孝烈賞)을 챙겨준다.

올림픽대회 금메달은 본인 노력으로 따내지만 효열상은 ‘받으라.’해도 사양을 한다. 경쟁하여 받는 상과 준다 해도 ‘감히 제가 그런 상을…’ 하며 사양함이 또한 미덕이다.

신무기 어른 손다복(孫多福) 며느리는 한국 여성의 진선미(眞善美)라 추앙받아 마땅하고, 그의 말씨와 태도 마음씨가 거친 세상에서 청량제 역할을 다해 준다.

진북동에서 자전거로 좁은 목 ‘물 받아오시던 기력 줄어 걱정이고’, 빈터에 ‘고구마, 고추, 오이, 파, 호박 심어 가꾸시던 정성 멈춰져서 슬프단다.’

쇠 지팡이 무겁다며 명화대로 바꾸어 주었다. 되는 집 식구들은 성격 습관까지도 닮아간다. 욕심이 사회악의 씨앗이요, 그 뿌리가 된다. 추억이 있기에 우리는 살아간다. 내일을 또 맞는다.

 

 
/ 유하당(柳河堂) = 前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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