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말 현재, 완주군의 다문화가정은 대략 700가구에 2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가구 중 ‘잉꼬부부’로 소문난 삼례읍 삼례리 화산마을에 사는 김관태(50)·오지현(46)부부를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특집으로 소개하려한다.
부부와 함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다섯 자녀도 있는데,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을 만큼 행복한 모습을 보며,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고 돌아왔다.
■우리는 천생연분
김관태씨의 아내 오지현씨의 고향은 필리핀 레이떼 섬이다. 지현씨의 필리핀 이름은 ‘지넷’이란다.
두 사람은 지난 2005년에 필리핀에서 만나 6월에 결혼하고, 한국에 돌아와 11월에 다시 결혼 했다.
부부의 결혼 비하인드 스토리를 살짝 공개한다. 사실 아내 지현씨보다 친동생이 먼저 전북 정읍으로 시집와 살고 있다.
동생 신랑이 남편 김씨의 바로 위의 형과 군대 동기인데, 모임을 함께 하면서 동생이 언니 지현씨를 소개해줬다는 거다.
“남편이 어디가 좋아서 만났냐?”고 묻자, 지현씨는 “착하고, 화를 내지 않는 모습에 반했다”고 대답했다.
관태씨 역시 “꾸밈없는 착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는 사자성어가 순간 떠올랐다.
■가족을 소개합니다
부부는 슬하에 1남 4녀를 두고 있다. 다둥이 부부로 이름을 올려도 될 것 같다. 5남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본다.
첫째 이름은 아영이, 17살 고등학생이다. 약에 관심이 많아 꿈을 약사로 정했단다.
둘째는 지영이, 나이는 16살, 삼례중학교 3학년이다. 체육과목을 좋아해서 체육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셋째는 세영이, 삼례중앙초 5학년에 재학중이다. 미용사가 꿈이고, 엄마와 아빠에게 ‘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단다.
넷째 영준이는 11살로, 엄마가 해주는 스파게티 음식을 가장 좋아한다. 꿈이 많아 아직 정해지 못했다.
그리고 막내 다영이, 올해 나이 4살이다. 인형 닮은 얼굴에다 살인미소까지 장착했다. 커서 ‘장난감’이 되고 싶다는 등 인터뷰가 불가능하지만 연속해서 귀여움을 발산하니 그걸로 대만족이다.
자녀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느꼈던 것은 모두 하나 같이 “사랑해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표현하는 등 엄마, 아빠에 대한 사랑이 애틋하다는 거였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자연스럽게 입에서, 가슴에서 묻어나오는 언어여서 더욱 더 감동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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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주전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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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아닌 ‘행복’이 제일이죠
자녀를 많이 갖게 된 것도 어쩌면 관태씨가 7남매를 둔 다복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던 것과 전혀 무관치 않다.
아내 지현씨도 5남매를 낳고 키우는 것에 대해 “조금 힘들지만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걸 보면 “참! 둘은 천생연분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씨는 자녀들에 대한 욕심을 처음부터 내려놨다. 그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주변을 돌볼 줄 아는 착한 성품을 갖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바람이자 소원이다.
“공부하기 싫은 아이들을 억지로 공부하라고 스트레스를 주지 않아요. 무엇보다 각자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김씨와는 달리 아내 지현씨는 보통의 한국 엄마들처럼 자녀들의 학업에 대한 욕심을 조금 갖고 있다.
“여기 엄마들은 학원을 많이 보내잖아요. 근데 우리 아이들 성적이 뒤처지는 것을 보면 학원을 보내야할 것 같고, 걱정이 됩니다.”
진짜 한국 엄마 다됐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금세 남편의 말에 동의하며 “건강이 최고죠”라고 대답해 기자를 웃게 했다.
■껌딱지 부부, 잉꼬부부상 받다
부부는 여느 다문화 가정 부부와 다르게 함께 배우는 것을 즐겨한다. 남편 친구 모임에도 늘 참석하고, 주말이면 동생이 사는 정읍에 가서 수다도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 중에서도 부부는 완주군가족센터(센터장 김정은. 구 완주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센터)프로그램에는 웬만하면 모두 참여한다.
결혼이주여성이 한국문화를 배우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거나, 행복한 부부가 되기 위한 다양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 결혼이주여성이 직장을 다니고, 남편들도 바쁘다는 핑계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단다.
지현씨가 김치찌개, 된장찌개, 닭볶음탕 등 한국 음식을 잘하게 된 것은 2년 동안 시머니를 모시면서 자연스럽게 익힌 것도 있지만, 센터의 요리교실을 통해 배운 것 또한 큰 도움이 됐다.
요리만 배운 게 아니다. 센터의 지원으로 운전면허 자격증도 취득했고, 설·추석 명절을 맞아 ‘친정 보내주기 사업’을 통해 고향인 필리핀에 가서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부부가 많은 프로그램에 참석하다보니 ‘잉꼬부부상’도 받게 됐다고.
■다둥이 가족의 바람은요
지현씨는 아들 영준군이 원한다면 신부님을 시키고 싶다고 할 정도로 독실한 천주교 신자다. 남편 관태씨도 아내 따라 성당에 다니다가 소를 키우면서 바빠져 잠시 쉬고 있단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라는 성경말씀을 우리 아이들에게 많이 들려줍니다. 그렇게 모두 컸으면 좋겠어요.”
관태씨도 “최고보다 최선을 다하는 우리 가족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아내의 말에 자신의 소박한 바람을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대문을 나오는 순간까지 아이들과 부부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