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폐막된 평창올림픽에 등장, 국내 한 여성이 ‘평창 드럼걸’로 쇼셜 뉴스 웹사이트인 ‘레딧’에 소개돼 전 세계인들로부터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다.
이렇듯 누구나 한 번쯤 피아노, 드럼, 기타 등의 악기 연주를 하는 사람에게 매료되거나 부러움을 느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가까운 완주 봉동에 ‘필드럼 실용음악학원(원장 추경호)’이 지난 달 문을 열었다.
전문으로 하는 드럼을 비롯 다양한 악기를 배울 수 있는데, 드라마나 영화 속 멋지게 연주하는 주인공이 1년 뒤, 당신을 그려보면 어떨까?
■ 주부, 음악에 관심 증가 추세
평소 실용음악에 관심은 있지만 전주로 나가자니 번거롭고, 시간적 여유도 없어 배움을 미루거나 포기했던 사람들이 많다. 최근 실용음악학원이 문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 문의 전화는 물론 직접 방문한 뒤 등록하는 사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학원생 중에는 6대4로 남성보다 여성이 많고, 이 가운데 40·50·60대 주부들이 상당수 차지한다. . 이유가 뭘까? 추경호(56)원장은 “예전에는 주부들이 가사, 자녀 뒷바라지에 얽매여 취미생활은 꿈도 못 꿨지만 지금은 의식이 달라져 일과 여가를 확실하게 구분해 즐긴다”며 증가 이유를 설명했다.
■ 드럼, 스트레스 해소 최고
이 학원에서는 드럼을 배우는 학원생들이 주를 이룬다. 원장의 전공이 드럼이기도 하지만, 기타나 키보드에 비해 배우기 쉽고, 악기의 특성상 두드리는 타악기라 스트레스 해소에는 이만한 악기가 없기 때문.
학원생 가운데 40~60대 주부들이 드럼을 많이 배우고 있는데, 실제 50대 초반의 한 여성 회원은 드럼을 배우면서 갱년기의 불청객인 우울증과 무기력감을 극복하고, 생활 속 즐거움과 활력을 찾게 됐고, 그 모습을 지켜본 딸도 등록, 덕분에 모녀 관계도 돈독해 졌단다.
고산면 대아리에 사는 한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도 드럼을 배우고 싶어 방과후 소양에서 체조 수업을 마치고, 학원으로 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한 70세 가까운 한 어르신은 학원에 오는 시간이 기다려질 정도로 드럼의 재미에 푹 빠졌는데, 올 명절에 사위로부터 드럼을 선물로 받았다고 자랑했다는 것.
뿐만 아니다. 중학교 다니는 한 남학생은 ‘여자 친구에게 멋있게 보이려고’ 드럼을 배우게 됐다는 등 악기를 배우는 사연도 다양하다.
특히 요즘 학교에서는 한 가지씩 재능을 발표하는 시간도 갖는데, 이를 위해 악기를 배우는 학생들이 늘고 있고,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가수(연예인)가 되고자 학원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 1년이면 당신도 프로
악기를 배우다 중도하차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단계가 오를수록 어려워 흥미를 잃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드럼의 경우 젊은 청소년들은 1~2개월 꾸준히 연습하면 자신들이 좋아하는 웬만한 아이돌 그룹 노래에 맞춰 연주할 수 있다.
성인들은 빠르면 6~8개월, 적어도 1년 정도 배우면 무대에 설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갖추게 된다.
또한 어르신들도 악보 보는 두려움 없이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무엇보다 드럼이 손·발가락을 움직이는 관절운동이다 보니 건강은 물론 치매예방에도 효과가 있으니 권해볼 만하다.
추경호 원장은 “학생들 역시 드럼 연주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 취하면서, 학업 스트레스를 풀 수 있기 때문에 학교생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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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주전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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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경호 원장, 뮤지션 꿈 키워
고산면 대아리가 고향이다. 중학교 때 국내·외 밴드음악에 매료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공테이프에 녹음 하며 뮤지션의 꿈을 키웠다.
고등학교에 진학, 줄곧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머릿속은 공부보다는 음악이 맴돌았고, 사춘기까지 찾아와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선·후배 등 6명과 취미활동으로 밴드를 해보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곧장 전주 관통로 사거리에 있는 음악학원에 등록했다. 추 원장은 드럼을 맡았다. 방과 후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쉬는 날 없이 학원을 놀이터처럼 살았다.
■ 고교 밴드로 이름 알려
그렇게 1년 정도 매진하다보니 제법 실력을 갖추게 됐고, 자연스럽게 밴드도 결성했다. 밴드 명은 ‘야생마’. ‘음악으로 열심히 야생마처럼 뛰어다니며 살자’라는 뜻으로 지었단다.
고등학생 신분이지만 이름이 알려지자 당시 전주 팔복동에 소재한 백양, 쌍방울 등 기업체 행사에 초청돼 가요제 음악도 연주하고, 자신들의 타이틀곡을 한 두곡씩 공연 하며 돈도 쏠쏠히 벌었다.
“그 당시 25~30만원정도 받았으니 많이 번 편이죠. 그 돈으로 기타줄, 스틱, 악보 등을 구입하는 데 썼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 ‘기회가 되면 만나자’라는 약속을 하고,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추원장은 전주에 남아 선배들과 업소에서 드럼 연주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2년을 보내고, 군대에 입대했고, 특기를 살려 35사단 군악대 드러머로 활약했다. 전역 후 잠시 광주에서 의상 스케치를 돕다가 음악을 하기 위해 상경했다. 88올림픽이 끝나고 이듬해인 1989년도 였다.
■ 선교음악으로 전환
대학로에서 드럼 연주를 하면서 음악생활을 이어나갔다.
어느 날 서울의 한 교회에 등록하면서 음악의 방향이 바뀌게 됐다. 경험이 워낙 많고 실력도 출중하다보니 교회에서 찬양선교단 3팀을 지도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60여명의 오케스트라를 갖춘 강남의 한 대형교회에서도 스카웃 제의가 올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솔직히 가고 싶었지만 함께 음악 하던 교회 친구들과 신앙으로 뭉쳤는데 다 놓고 혼자 간다는 게 미안해서 거절했어요.”
이후 선교팀을 별도로 만들어 육군본부 선교팀과 연계, 군부대 선교 활동에도 나섰다.
■ 취약계층에 음악 선물
추 원장은 교회에서 찬양사역을 맡았던 아내 김현숙(47)씨를 만나 결혼했다. 음악 재능보다 성실함에 반했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고 아내는 귀뜸 했다.
결혼 후 잠시 고산에 내려와 모친의 일을 돕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역시 음악 때문이었다.
후배의 부탁으로 일산의 한 교회에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쳤다. 소년소녀 가장, 소년원에 다녀온 아이 등 취약계층의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돌보는 교회 목사님의 모습에 감동, 음악봉사를 하게 됐다.
“어려운 아이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은데 음악이 좋을 것 같아서 저를 찾았다는 목사님의 부탁에 흔쾌히 ‘하겠다’고 말했어요.”
CCC대학선교회에 들어가 음악 강사를 하고, 일본 단기 선교도 다녀오는 등 선교음악으로 체질을 바꿨다.
■고향서 음악 봉사 꿈 꿔
대학로에서 드럼 연주하는 모습에 반해 매일 같이 학생들이 꽃다발을 들고 연습실에 찾아와 드럼을 가르쳐달라고 해 결국 음악학원을 결심했다.
2008년 미아동에 학원을 오픈했다. 학원 이름을 ‘마음속으로 느끼는 드럼 연주자’라는 뜻을 담아 ‘필 드럼실용학원’으로 지었다. 강사를 둘 만큼 성장했고, 개인적으로 악보작업도 병행했다.
“예전에 악보가 귀하다보니 배울 때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에 내가 드럼 악보를 쉽고 보기좋게 잘 그려서 드럼연주자나 배우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악보를 직접 그리고 편곡도 하고 사이트에서 판매도 합니다.”
현재 네이버 카페 회원만 1만명이고, 유투브 회원도 많이 있단다.
10여년 넘게 서울 생활하면서 고향에 내려가 봉사하고 싶다는 꿈은 늘 꾸고 있었다. 마침 정리할 기회가 생겼고 올 1월에 이곳에 학원을 마련했다.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선물하고 싶다는 추경호 원장의 계획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친다.
“개인적으로 학원운영하면서 봉사는 항상 마음속에 있죠. 지역의 어르신과 소년소녀 가장, 다문화가정 아이들 등 사회취약계층에게 음악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요. 그 것이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