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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희태 = 민들레포럼 대표 |
ⓒ 완주전주신문 |
새해를 맞이하면서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새삼 피부 깊숙이 느낀다. 시간이 좀처럼 가지 않던 어린 시절과 다르게 언제부터인가는 참 빨리도 흘러간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잡아보려고 무던히 애를 쓰지만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그저 하루하루가 너무나 소중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렇게 소중한 시간들을 그저 흘려보내기 보다는 그 가운데 내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해 오늘을 내 삶의 가장 귀한 시간으로 산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보냈으면 한다.
지난달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의 포항지진으로 인해 재난구호물결과 관심이 뜨거웠다. 정부 뿐 만이 아니라 다양한 구호의 손길이 이어졌다.
이러한 구호활동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포항지진구호가 반짝하는 구호와 기부행렬만으로는 절대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우선 지진으로 인해 매몰된 사람들을 꺼내고 약을 발라주며 비상식량을 제공하는 일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낼 수는 있다.
그러나 모든 자연재해는 사람의 목숨만을 앗아가는 것이 아니다.
무너져버린 포항에서 어떤 생산 활동이나 자활활동이 자동적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대단히 무책임하고 비현실적이라 말할 수 있다.
우리가 한국전쟁 이후로 사회 인프라나 생산기반을 마련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나를 떠올려 보면 될 것이다.
적어도 죽음의 문턱을 빠져나온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최소한 아픔의 시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이렇게 단발성의 구호로 끝나버린다면 말 그대로 생색이라는 단어를 스스로 증명하는 셈이 되는 것이 아닐까?
모든 일이 그렇지만 재난 발생 초기에 들어오는 도움의 손길은 그저 최악을 넘기기 위한 임시처방에 불과하다.
응급치료만으로는 환자를 낫게 할 수 없듯이 그들이 지금보다 더한 상황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지속적인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원 상황을 살펴보면 오로지 현재의 상황에만 집중된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만약 더 큰 이슈나 화제가 생기면 사람들의 관심은 당장 그 쪽으로 쏠릴 것이며 이미 일어나 버린 재난의 아픔은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갈 것이다.
결국 사람들이 관심을 계속 가져주는 것만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초의 발 디딤이며 또한 이런 관심을 계속 가지게 하려면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리라 본다.
실제로 이러한 생활적 문제는 경제적 문제와 연관이 되어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이 있다.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회에 대한 책임이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단어이다.
이런 정신을 기반으로 앞으로의 재난 대비에 대한 다양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항상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식 행정보단 실제로 유용한 실전형 제도 즉 현장에서 나오는 따끈따끈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마주친 적 없는 포항의 시민들을 보면서 측은지심의 마음을 가지는 건 필자 본인 뿐 아니라 갖가지 매체들로 재난의 소식을 접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저 자신의 행복에만 안주하지 않고 고통 받고 소외받는 우리 이웃들을 따스하게 살필 줄 아는 그런 넉넉하고 온정 넘치는 마음의 바람을 가져본다.
벚꽃은 이름 봄까지 나목으로 있다가 어느 순간 꽃망울을 터트리는데 인생에 있어서도 그 때가 바로 절정의 시기일 것이다.
일만하면서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어느 시점에서 성공의 환희를 맛보는 것과 같지 않을까?
벚꽃의 매력은 일시에 피어나는 데 있다. 절정의 순간에 느끼는 황홀감, 벚꽃 나무 아래서 나누는 행복감, 그 어느것도 멋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이처럼 아름다운 세상에서 소외된 채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들 그들에게 드리워진 그늘을 걷어내고 만물의 생명력 벚꽃과도 같은 작은 행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유희태 = 민들레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