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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철=칼럼니스트 |
ⓒ 완주전주신문 |
사랑방에서 어떻게 평가할까? 지난 11월 25일 조반을 마치고 “일찍 떠나야하니 ‘야탑’ 터미널 까지만 태워다 줘!” 주인은 운전대를 잡았고 3인은 그 뒤와 옆에 앉았다.
가다보니 어제 오던 길이 아니지만 묻기가 어색해 창밖을 내다보니 ‘광주(廣州)’ 지경을 넘어선다.
어디로 가느냐? 물어도 대답이 없고 곧 이어 중부고속도로에 들어선다. 짐작되는 바가 있어 유성(儒城)에 내려달라 사정해도 묵묵부답, 휴게소에 들려 쉬어가자는 소리도 막무가내(莫無可奈) 달리기만 한다.
결국 11시 반 전주역 앞에 내려놓고는 뒤를 돌아다보지도 않은 채 훌렁 떠나버렸다. “나 한 사람 고생하면 세 사람 편히 간다.” 이 뜻이 분명하다.
이 친구 호가 중암(重岩), 이름이 춘회(春會), ‘모이는 자리마다 봄기운’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호 성명이 성격과 똑같다.
하루전인 24일 성남시 ‘야탑’에서 내리니 딸이 아버지와 함께 자동차를 가지고 나왔다.
일행의 생각은 그게 아닌데 수내동 자택을 향해 간다. 차려놓은 밥상 국·밥을 빼고도 반찬이 20여 가지, 어제부터 딸을 불러 모녀가 준비했단다.
젊어서라면 입맛대로 싹쓸이를 했을 터인데 이제는 고기 몇 첨에 밥 한 그릇이면 족한 나이들이다.
주고받는 전화소리를 듣고서야 큰 딸 정열의 60생일임을 알았다. 가족모임을 제쳐두고 친구 위해 차를 몰았다. 식구들은 운전을 말리는데 본인은 걱정 마란다.
오래 전부터 만나는 경우 식당에 갔고, 밤엔 모텔에서 쉬었는데 오늘은 않던 짓 가족에게 미안하며 지나친 대접이 오히려 불편(?)했다.
이틀간의 평가는 남들만이 가능하다. 친구 잡는 ‘유객함(留客函)’, 평양의 황(黃)고집 친구 조문, 머리 잘라 남편 친구 술대접…등 사랑방 이야기야 있지만 딸 회갑 날 친구 싣고 달리는 우정 뭐라 표현하리.
흔치 않은 일, 쉽지 않은 일, 노인들의 지나친 우정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 젊어서야 가능했다.
1945년 해방되던 겨울방학 때 편지봉투에 쌀 한 봉지씩을 모아 밥해 먹으며 어른들을 흉내 내어 ‘광복계(光復契)’를 만들었는데 그 간 죽고 남은 계원은 겨우 여섯 사람, 이 중 ㅂ은 거동이 불편하고, 다른 하나는 심기가 나빠 겨우 모인 네 사람의 거동들이었다.
들판 논 두 마지기를 팔아 쓰고 남은 5만원, 툭툭 털어 오늘 마지막 썼다.
계원 중 행복(?)했던 사람이라면 일찍 죽은 이다. 문병 다녔고 조문했으며, 소상 날 추모식에 나갔고 어느 날 성묘도 했는데, 노인 김홍순 영결식장은 멀고 몰라 못 갔다.
아버지 모시고 나온 가양 김태선 군이 전주→성남 우등고속버스 3인의 차표(1인:18,200원)를 사주었다.
그도 곧 60세. 아! 늙은이의 겨울 여행이 여러 사람을 괴롭혔구나! 편지나 한 장 보내야겠다. ‘…좋은 인상 잊지 않으리다. 대접받기도 빚인데…’ ‘연말 소주에 맥주 폭탄주 마시는 우정들 변치마오.’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