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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복지

완주-전주 행정통합, 낙관론보다 ‘신중론’에 무게 실려

원제연 기자 입력 2025.08.08 14:12 수정 2025.08.08 14:13

앞선 통합 사례·전주시의 재정 상태·완주지역 분위기 등 반영
지역 정가, “신뢰성과 진정성 가지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조언

완주-전주 행정통합 여부를 결정짓는 주민투표 시계가 빨라짐에 따라 통합에 대한 낙관론보다 신중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는 앞선 행정통합 사례와 관련한 언론보도나 전주시의 재정 상태, 완주지역의 분위기 등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실제 최근 한 지역 언론 보도(전주 KBS 8.4)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국내 첫 자율통합을 이룬 창원시의 경우, 당시 정부가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 이상으로 앞으로 거둘 시너지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지만, 실상 각종 지표상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구체적으로 마산시와 진해시, 창원시가 창원시로 통합된 당시만 해도 인구가 백만 명을 넘었으나 현재는 백만 명 아래로 떨어졌고, 재정자립도도 4년간 27~49%를 맴돌아 주민 숙원사업이나 SOC(기반시설)사업을 못하게 됐다.

특히 마산지역의 경우 인구감소세가 심각해 통합의 이점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세 지역 주민 간 갈등이 격화돼 마산과 진해는 ‘잃어버렸다’거나‘빼앗겼다’고 생각하고, 창원은 ‘우리가 오히려 손해 봤다’는 여론도 많았다는 것.

이를 뒷받침해주듯 지난 달 14일 옛 마산시 출신의 전직 시의회 의장들이 마산지역 인구 감소와 도심 공동화 현상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해 이목을 끌었다.

시의장들은 성명서에서 “균형발전은 이름뿐이고 도심은 물론 변두리까지 황폐화 되어가는 오늘의 현실에 마산시민이 느끼는 상실감과 허탈감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구체적인 마산 발전계획이 나오지 않으면 차라리 통합 창원시에서 마산을 분리해 우리나라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끌었던 마산시 시민이라는 자존심을 되찾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창원시뿐 아니라 청주시와 청원군의 경우에도 청주시로 통합 후 10년이 지나서야 통합 신청사 건립이 본궤도에 오르는 등 당초 약속했던 부분들이 이행이 되지 않았다는 점도 통합의 신중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대목이다.

전주시의 재정상태 역시 완주군민들에게 행정통합의 설득력과 명분을 잃고 있다.

실제 전주시의 채무는 지난 2020년 1300억 원에서 2024년 말, 6천억 원을 넘어섰다. 특히 우범기 시장 취임 이후 채무 증가 속도가 급상승했다.

급기야 전주시의회와 시민단체가 ‘재정파탄은 시간문제’, ‘모라토리엄(지급유예)가능성’을 경고했고, 전주시 역세권 도시재생 등 국비가 확보된 사업마저 시의 대응 예산(매칭)부족으로 지연되거나 무산 위기에 놓였다.

이에 대해 우 시장은 기자 회견을 통해 ‘부채도 자산’, ‘자산 측면의 건전한 빚’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자치단체가 갖고 있는 자산은 체육관, 문화시설 등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조성하기 때문에 회사나 개인이 갖고 있는 자산처럼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즉, 빚으로 남아 있어 결국 전주시민이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을 줄여 상환해야한다는 점에서 ‘회수 불가능한 투자’라는 것이다.

때문에 우 시장이 설명한 것처럼 ‘부채도 자산’이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 달 초, 완주군민협의회와 전주시민협의위원회가 공동 건의한 105개 완주·전주상생발전방안 사업을 전주시가 전격 수용한 것과 관련, 유희태 군수가 비판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유 군수는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재원 마련 계획이나 실행가능성이 전혀 검토되지 않은 비현실적인 공약 나열로, 이 사업들이 마치 추진될 것처럼 포장돼 주민들을 호도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완주군의회와 통합반대특별위원회도 “전주시의 장밋빛 청사진, 현실에서는 완주군의 권한 상실과 재정부담 전가로 돌아올 수 있다”며 “완주가 사라지고 책임만 늘어나는 행정 통합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처럼 전주시가 재정 악화로 위기에 직면한 반면 완주군은 탄탄한 재정운용 능력을 자랑하고 있다.

실제 지난 달 완주군은 36년 만에 인구 10만 명을 달성하며, ‘글로벌 수소도시 도약’, ‘전북 4대 도시 진입’ 등 새로운 100년의 비전을 선포하고, ‘완주시’ 승격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지난 해 본예산 기준, 재정자립도가 전북특자도 2위로, 전국 군 단위 자립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인데다, 3년 연속 지방채 발행 없이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했다.

덕분에 올해 설 명절 전에 모든 군민에게 민생안정 지원금 1인당 30만원씩을 선불카드 형태로 지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러한 완주군의 탄탄한 재정운용 능력으로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완주군민들에게 ‘완주-전주 행정통합’은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세 차례의 실패로 이미 마음의 상처를 입은 데다 완주군민의 동의나 절차가 생략된 채 전주시장과 도지사가 공약을 앞세워 또 다시 시도 하자 피로감과 분노가 상승하면서 ‘통합 반대’로 결집되고 있다는 게 지역정가의 분석이다.

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물리적 결합보다 화학적 결합에 무게를 둬야한다’는 교훈을 주는 마산, 진해, 창원의 통합 사례가 ‘완주-전주 행정 통합’의 교과서”라며 “무엇보다 완주군민의 뜻이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신뢰성과 진정성을 가지고 신중히 접근해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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