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긴 했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이런 주인공만을 조명하고 기억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주연이 빛나는 이유는 조연이 있기 때문이란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11월의 첫날, 아름다운 조연을 만나러 서둘러 완주군청 1층 민원봉사과로 발걸음을 옮겼다. 넓은 민원실 한 켠에 자리 잡은 생활민원계.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 사이로 검게 그을린 얼굴의 홍의석(56)계장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홍의석 계장을 이번 주 ‘칭찬합시다’ 열다섯 번째 주인공으로 초대한다. 독거노인,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 관내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직접 방문해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돕는 것이 그의 주된 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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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주군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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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공직 생활 38년째를 맞는 그는 동료들로부터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솔선수범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묵묵히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생하며 남을 위해 봉사하는 분입니다. 직장을 떠나 인간적으로 제가 존경하는 분이기도 하고요.” 그와 함께 공직생활을 하며 늘 옆에서 지켜본 민원봉사과 유형수과장 또한 그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한다.
칭찬 일색인 홍의석 계장은 용진 상삼리에서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한학을 공부했던 부친의 엄한 가르침을 받으면서 자랐다. 새마을 사업이 한창이던 1975년 7월, 비봉면사무소에서 공무원 생활의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봉동, 용진, 동상, 경천 등 관내 읍면사무소를 두루 거치면서 총무, 재무, 사회복지 업무를 맡으며 풍부한 행정경험을 쌓았으며, 1991년 봄, 군청으로 자리를 옮긴 뒤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나이를 먹어도 업무만큼은 남들에게 뒤처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밤을 새워 일을 했던 적이 많았어요.”
스스로를 ‘완벽주의’와 ‘꼼꼼한 성격’이라 말하는 그는 직장에서 남다른 열정을 쏟아내며 업무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자신을 돌보지 않고 몸을 혹사시킨 댓가는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6년 전 간암 진단을 받고 큰 수술을 받았어요. 수술 후에 몸과 마음이 약해지고 생활에 자신감도 잃고 위축이 되더라고요. 되돌아보면 그 일을 계기로 삶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남은 삶을 저 자신보다는 남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민원봉사과를 자처한 것도 그 때문. 경로당이나 어려운 사람들을 방문해 청소, 집 수리 등 생활이 불편이 없도록 해주는 일을 하며 보람을 찾고 즐겁게 일하다 보니 건강도 덤으로 얻었단다.
“아직 우리 주변에는 요양원에 가야하는데 형편이 여의치 않아 가지 못하는 어르신이 많아 안타까워요. 남은 공무원생활 그분들에게 보탬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옷깃을 여미게 하던 바람도 가라앉고 붉은 노을이 아름답게 물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