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전주 행정통합은 1997년, 2009년, 2013년, 세 차례 추진됐으나, 모두 무산됐다. 이후 도지사와 전주시장이 공약으로 또 다시 제시한 뒤, 지난 2023년 말부터 통합논의가 재점화됐다.
그 사이 찬반 갈등은 더욱 격화하고, 주민 피로감만 쌓이고 있는 형국이다. 주민들은 행안부 장관에게“조속히 결정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뚜렷한 답이 없다.
주민투표가 오는 10월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19일 유희태 완주군수를 만나 완주-전주 행정통합 논의와 관련, 인터뷰를 나눴다.
▲완주-전주 행정통합 논의에 대해 군정 책임자로서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요.
=완주-전주 행정통합은 군민의 미래와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따라서 어느 한쪽의 입장만으로 추진돼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군민이 아닌 도지사와 전주시장의 공약으로 행정통합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일방적이고 정치적 추진으로 볼 수밖에 없어,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완주-전주 행정 통합 논의는 반드시 군민의 뜻이 충분히 반영되는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북도와 전주시가 지역 경쟁력 강화, 기업 유치 활성화 등을 내세워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데요. 잘못 알려졌거나 반박하고 싶은 내용이 있는지요.
=지역 경쟁력 강화와 기업 유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논리를 제시하고 있는 점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통합이 만능 해법인 것처럼 비치는 것이 우려스럽습니다.
완주군은 이미 전북 14개 시·군 중 가장 재정 건전성이 높은 지자체로 평가받고 있고, 수소특화 국가산단 조성, 피지컬 AI 산업 육성 등 독자적인 성장 전략을 추진하며 전북 4대 도시 도약을 목표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장 기반은 통합 여부와 관계없이 충분히 확대해 나갈 수 있습니다.
기업 유치와 산업 활성화는 단순히 행정구역을 넓힌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교통망, 입지 여건, 인력 수급, 세제·행정 지원 등 종합적인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통합을 추진하기 전에 먼저 각 지자체가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과 한계를 명확히 진단하고, 어떤 부분에서 협력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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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님께서는 일관되게 행정통합보다 경제통합을 주장하고 계신데요. 이유는 무엇인가요.=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군민이 당장 체감하는 변화와 성과는 행정구역 통합이 아니라 경제적 협력에서 나오기 때문이죠.
행정통합은 광범위한 제도와 조직, 재정 문제를 한꺼번에 다뤄야 하기에 과정이 복잡하고 갈등 비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경제통합은 각 지자체가 행정구역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산업, 교통, 일자리, 생활 인프라 등 여러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군민 입장에서 보면 통합이라는 행정 절차보다 기업 유치, 교통망 확충, 일자리 창출 같은 구체적 성과가 더 직접적인 혜택으로 다가옵니다.
이미 완주와 전주는 하나의 생활권을 공유하고 있는데요.
혁신도시와 테크노밸리, 완주일반산단, 전주과학산단 등 산업과 주거, 교육, 문화가 긴밀히 연결돼 있는 만큼 행정통합이 아닌 경제 협력 모델을 통해 충분히 공동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경제통합은 상호 신뢰와 협력을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서로의 강점을 살리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다 보면, 갈등은 줄어들고 보다 성숙한 논의가 가능해집니다.
저는 군민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는 경제통합으로 지역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가 꾸준히 경제통합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행정안전부에 주민투표가 아닌 여론조사로 결정할 것을 요청했는데요. 변함이 없으신지요.=제 입장은 변함이 없습니다. 완주와 전주의 행정통합은 군민의 미래와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무엇보다 군민의 뜻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확인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민투표는 법적 절차이지만,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투표를 하게 되면 곧바로 갈등으로 이어지고, 지역사회에 큰 상처를 남길 가능성이 큽니다.
그 갈등의 상처와 후유증은 결국 완주군민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됩니다. 이 점이 제가 가장 우려됩니다.
여론조사는 비용과 절차 부담이 적고, 찬성과 반대의 다양한 목소리를 폭넓게 담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반대 의견이 높게 나타난다면 그 결과를 존중해 통합 논의를 마무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군민이 원치 않는 통합을 억지로 추진한다면 그 자체가 큰 갈등이 될 뿐 아니라, 통합의 본래 취지조차 훼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 군수님께서 반대선언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무엇 때문인지요.=저는 행정통합 문제에 대해 처음부터‘군민의 뜻을 최우선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습니다.
군수가 먼저 찬성이나 반대를 선언해 버린다면, 군민의 판단이 정치적 입장에 가려지고, 공정한 공론화 과정이 흔들릴 우려가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군수 개인의 입장 표명이 아닌 군민 한 분 한 분의 의견을 정확히 확인하는 것입니다.
군수가 반대 선언을 한다면, 찬성 의견을 가진 주민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 있고, 반대로 찬성 선언을 한다면 반대 주민들의 마음은 더욱 닫히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군민 간 갈등이 더 깊어지고, 통합 논의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저의 역할은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군민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판단과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행안부 장관이 지방자치인재개발원 기념식 후 기자들과 나눈 인터뷰 내용에 대해 군수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요.=중앙정부가 통합 문제를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 있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장관께서 찬반 양측의 협의와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한 부분은 매우 중요한데요. 이는 통합 논의가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일방적으로 추진돼서는 안 되며, 군민의 다양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확인해 준 것이라고 봅니다.
완주군의 입장도 다르지 않습니다. 군민들이 통합의 장단점과 파급효과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기반 위에서만 건강한 공론화가 가능하며, 통합 여부에 대한 결정 또한 군민 스스로가 내린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앞으로도 통합 논의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엇보다 군민의 뜻이 흔들림 없이 존중되도록 완주군의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TV토론회에서 불확실한 105개 상생발전안보다 군민 체감도가 높은 피지컬 AI 사업과 도청 이전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하셨는데요.=TV토론회에서 제가 강조한 것은, 통합 논의가 군민에게 체감되는 변화와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105개 상생발전안의 경우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재원 마련과 실행 주체, 추진 일정 등 핵심적인 부분이 불투명합니다.
구체적인 대책 없이 나열된 계획은 결국 군민에게 공허한 약속으로 비칠 수밖에 없습니다.
통합 이후에도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돼 군민의 기대가 좌절될 가능성이 큽니다.
완주군은 실행력을 갖춘 미래 성장 전략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조업 기반에 첨단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기업 유치, 청년 일자리 확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도청 이전은 전북의 행정 효율성과 균형발전을 위한 중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하나의 아이디어입니다.
도청을 만경강권으로 이전해 전북의 새로운 중심축을 형성하고, 현재 도청사 부지는 전주시청이 이전해 활용하도록 하며, 현 전주시청 부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휴식·공공 기능을 담아내자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행정 기능은 물론, 전주 도심의 문화와 생활 기반을 강화하고 전북의 균형발전을 이루자는, 보다 실현 가능한 방향을 제안한 것입니다.
▲끝으로 마무리 말씀 해주시죠.=앞서 말씀 드렸듯이 완주와 전주의 행정통합은 군민의 미래와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군민의 뜻을 최우선으로 존중한다’는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왔습니다.
통합 논의는 어느 한쪽의 주장이나 정치적 계산으로 결정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군민 한 분 한 분이 충분히 정보를 이해하고, 스스로의 판단과 선택을 내리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합니다.
완주군은 인구 10만 달성을 계기로 수소 산업, 첨단 기술, 그리고 피지컬 AI 산업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성장 전략을 본격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출범한 ‘피지컬 AI 사업 추진단’을 중심으로 전북대학교, 기업·연구기관 등 학계와 산업계가 함께 참여해 완주를 대한민국 첨단 제조혁신의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완주군은 군민 모두가 더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완주를 만들기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입니다. 모든 결정은 완주군민에게 있습니다. 군민 여러분께서도 완주의 미래를 결정짓는 이 중요한 논의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함께 지혜를 모아주시길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