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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검도 외길 30년… “완주군 지역 검도, 산파역할 하다”

원제연 기자 입력 2023.11.10 10:48 수정 2023.11.10 10:48

(특집 인터뷰 / 완주군검도회 이용귀 전무이사)

완주군체육회(회장 이종준)가 올해 도민체전에서 ‘군부 1위’를 달성했다. 각종 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른 바 ‘효자종목’ 덕분이다. 풋살과 함께 매년 도민체전에서 완주군에 값진 금메달을 안겨주는 효자종목이 있다.

바로 검도다. 현재 완주군체육회에 등록된 44개 회원종목단체(읍면 체육회 포함)가운데 규모는 작지만 도민체전 참가 족족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며, 순위를 끌어올리는데 한 몫하고 있다.

그러니 검도 종목은 ‘따 놓은 당상’처럼 매년 완주군의 도민체전 금메달 예상 종목에 항상 포함돼 있다. 실제 올해 도민체전에서 3연패라는 대업을 이뤄냈다. 뿐만 아니다.

지난 달 13일부터 19일까지 전남 목포에서 열린 ‘제104회 전국체육대회’에서도 완주 출신 원유재·이재현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며, 완주 체육의 위상을 드높였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지역에서 30년 넘게 오직 검도 외길을 걸어온 완주군검도회 이용귀(61)전무이사의 공(功)이 컸다.

그는 30대 초반부터 검도를 시작, 완주군에서 유일하게 검도관을 운영하며 많은 제자들을 길러왔다. 완주 지역 검도의 산파역할을 한 셈이다.

검도 불모지였던 완주에 30년 동안 묵묵히 땀 흘려 뿌린 씨앗이 이제 하나하나 결실을 맺고 있다. 곧, 제자 중 태극 마크의 주인공도 여러 명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일 이용귀 전무이사를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운동 좋아한 평범한 어린시절

그의 고향은 고산면 율곡리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2년 간 육상(넓이뛰기)선수를 했다. 당시 ‘전봇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또래 친구들보다 키가 큰 탓에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배구선수로도 활동했다.

“그때는 신발 없이 맨발로 운동장을 뛰니까, 발에 상처가 많이 생겼어요. 반면 운동화를 신고 뛰는 친구들이 부러워 무작정 배구를 하게 됐어요. 선수보다는 그냥 운동이 좋았던 것 같아요.”

배구선수로 소년체전에도 전북대표로 출전했지만, 얼마 못가 중학교 팀이 해체되면서 운동을 접었다.

이후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군에 입대했다.

군대 생활하면서 스물다섯 살에 선배 소개로 만난 지금의 아내 조효심(59)씨와 결혼했다.

군대에서 10년간 하사관으로 장기복무하다 전역 후 고향에서 막노동, 주유소 소장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리고 한우를 사육하는 고향 선후배들과 함께 완주한우영농조합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직접 소를 잡아 판매하기도 했다.


▲늦은 나이에 눈 뜬 검도

늘 상관으로 지시만 했던 군대와는 달리 함께 사업을 하지만 막내로서 신경쓰고, 견뎌내야 일들이 많아 스트레스도 늘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 2년 후배이자, 한우사업 파트너인 구생회 완주군새마을회장이 “검도를 배워 스트레스를 해소해 보라”고 권유했다.

“구 회장은 저보다 먼저 인천에서 검도를 하고 있었어요. 내려와서 다시 검도를 하려고 알아보는데 전국에서 최고 선생님이 전주에 검도관을 냈다고 하면서 같이 다니자고 하더라고요.”
바로 ‘호남검도의 개척자’로 불리는 전맹호 사범의 큰 아들이 전영술 대한검도회 중앙연수원장이다.

참고로, 전영술 중앙연수원장은 검도 외길인생을 살아온 원로사범으로, 6살 때 시작한 검도를 70년 넘게 끊임없이 수련하고 있고, 역대 가장 많은 고단자와 국가대표를 양성하는 등 한국체육사와 무예사에서 신화적인 존재로 평가받고 있다.

어째든 검도에 관심이 없었지만 구 회장의 계속되는 권유에 못 이겨 검도관을 찾아가 운동을 시작했다.

새벽에 일어나 구회장과 함께 차를 타고 매일 검도관에서 당시 전영술 사범으로부터 검도를 배우고 귀가해 식당일을 했다. 그런데 깊이 배울수록 검도의 매력에 점점 푹 빠지게 됐다. 그렇게 거의 10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 했다.

“검도가 얼마나 좋았는지, 한 번은 눈이 많이 내린 날 운동하러 가다가 미끄러져 차를 폐차를 하기도 했어요.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죠. 정말 ‘미친 놈’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 완주전주신문


▲완주에서 제자 육성 시작

검도를 배우면서 몸도 건강해졌다. 군생활을 하면서 행군 등 오랫동안 힘든 훈련을 하다 보니 허리가 좋지 않았다. 전역 후 일을 하는데 지장이 많았는데, 구 회장이 “검도하면 허리도 좋아질 거라”고 말해,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정말 좋아져 운동을 더 열심히 하게 됐단다.

한참 검도에 매진하고 있던 어느 날, 전영술 선생이 “배우는 것을 그만하고, 가르치는 일을 해보라”고 권유했고, 고민 없이 봉동 읍내에 ‘정도검도관’을 개관했다.

IMF외환위기가 닥쳤던 1997년으로 기억하고 있다.

“저도 모르겠어요. 선생님을 보니 도장을 하면서 항상 존경은 받았지만 돈은 많이 못 벌더라고요. 근데 검도가 좋았어요.”

막상 검도관을 시작했지만 아내에게 생활비를 못 갖다 줄 정도로 운영이 어려웠다. 그렇다고 해서 검도를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아이들에게 돈을 재촉하는 것은 성격상 맞지 않았다.

그러니 검도관 운영이 잘될 리 만무했다. 설상가상 ‘똑같은 이름의 검도관을 쓸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비용부담을 감수하고, 다시 간판을 ‘미르검도관’으로 바꾸고, 다른 곳으로 이사까지 했다.


▲아버지의 길을 걷는 자녀들

이 감독은 자녀 셋을 두고 있다. 첫째 딸 은정(35)씨는 대학선수로 활동했고 현재 부친의 ‘미르검도관’을 인수받아 전주에서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 막내아들 창훈(30)씨도 7살 때부터 검도를 시작해 지금은 전라북도체육회 소속 선수로 활약 중이다.

최근 시합 중 손가락 인대를 다쳐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지만 크게 개의치 않고 다시 도전해 태극마크를 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둘째 딸 경영(33)씨는 평범한 가정주부지만, 사실 검도를 잘해 내심 선수의 길로 걷기를 기대를 했지만, 취미로만 하겠다고 선언, 현재는 아들과 함께 가끔 검도관을 찾아 운동하고 있단다.

자녀들이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할까? 첫째 딸 은정씨는 “어렸을 때는 검도가 하기 싫고, 그냥 친구들하고 놀고 싶었는데, 강압적으로 검도장에 끌려 다녔다”면서 “성인이 되니 아버지에게 감사하고, 검도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생각해보면 엄하면서도 유하셨다. 무엇보다 아버지는 항상 성적보다는 검도에 늘 진심이었다”며 “그 진심이 오늘의 결과로 나타났다”고 자랑했다.

막내 창훈씨는 “전북이 검도로 유명하다. 계보가 있을 정도로 선수출신들의 연이 깊다. 그런데 아버지는 사회생활하다 취미로 검도를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외길을 걸어오며 훌륭한 제자들을 많이 배출했다”며 “아버지가 존경스럽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꿈은 제자들이 국가대표 되는것

이용귀 전무이사는 지난 2010년도부터 2018년까지 익산고 검도부 감독으로 재직했다. 이후 지난 2018년 봉동읍 둔산리 소재, 완주스포츠클럽과 인연을 맺은 이후, 지금까지 검도 지도사범으로 일하고 있다.

또한 검도관을 시작하면서 전북검도회 전무이사를 계속 맡아오다 현재는 완주군검도회 전무이사 겸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도민체전 등 각종 대회 때는 감독을 맡는 등 1인 다역을 소화한다.

그렇게 30년 넘게 검도 외길을 걸어온 그는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제자들이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끼고, 그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도민체전 3연패 달성은 물론 최근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고등학교 2학년 동갑내기 원유재·이재현 선수를 비롯 30년 넘게 가르친 제자들이 여러 대회에 출전해 좋은 결실을 맺고 있다.

앞으로 그의 꿈은 제자들 중에서 국가대표 선수가 나오는 것이다. 10여명은 충분한 실력을 갖춰 곧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TV 등 매체를 통해 활약하는 모습도 보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제가 선수 출신이 아니잖아요. 취미로 하다 검도장을 했는데 ‘사회인이 어떻게 저런 선수들을 가르쳤나?’라고 사람들이 저에게 이야기 해 주면서, ‘대단하다’라고 인정해줄 때 정말 뿌듯하고, 보람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돈을 쫓지 않고, 성적보다는 사람과 정신을 먼저 생각하며 검도가 진심인 사람”이라고 입을 모아 칭찬한다.

끝으로 “좋은 땅에 뿌려진 씨앗이 삼십배, 육십배, 백배의 결실을 맺는다”라는 성경의 한 구절로 그에게 힘을 주면서 인터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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