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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철 = 칼럼니스트 |
ⓒ 완주전주신문 |
고산장 안에 사나운 여성 셋이 있었다(갑녀, 을녀, 병녀). 여인들은 장날 화장 짙게 하고 주머니 달린 앞치마를 두르면 멋진 여인이었다. 그러나 화가 나면 3인 3색.
△갑녀(甲女)가 상욕을 하며 대들면 달아나는 게 이기는 게다. 자존심 운운하며 대결해봤자 본전도 못 찾는다. 싸움이 붙으면 아들 5형제가 합세하고 남편 역시 아내 편을 들어 “이 여자 죽으면 니가 나하고 살래?” 일곱 식구 모두가 다 이 지경이었다. ‘지는 게 이기는 것∼’ 참으면 더 당당해져 ‘사나운 여인 1호’ 소리를 들었다.
△을녀(乙女)는 기운이 장사. ‘씨부랄 놈!’ 눈을 부릅뜨고 멱살이나 불알을 잡아 흔들어 확 뿌리치면 개구리처럼 납작해졌다. 이 정도이니 남자들도 상대를 하지 않는 ‘사나운 2호 여인’이다.
△병녀(丙女)는 목소리가 커 산을 울렸고 성깔이 팩하여 까무러치기를 잘 한다. 머리끄덩이를 잡는 건 보통이고 물어뜯으며, ‘사람 죽인다’고 울어 퍼댄다. 이게 ‘사나운 3호 고산 여인’이다.
석 달 열흘도 좋다며 대문 앞에서 소리를 지른다. 깨죽이라도 끓여 들고 가 ‘미안 하다’고 해야 휴전이 됐다. 지역 망신 다 시킨 여자들이다.
구경 좋아하는 양재기(가명)가 병녀-을녀-갑녀를 차례로 만나 ‘상대가 욕하며 흉을 보고 다닌다.’고 일러 바쳤다. 마침 칠월칠석날 셋이 절에서 만났고, 오는 길에 양재기한테 들었다며 ‘니가 내 흉을 봐!’ 셋이 동시에 뒤엉켰다. 옷이 찢어지고 머리카락이 뭉떵 뽑혔다. 결국 셋은 분에 북받쳐 물에 빠져 죽어 바위가 됐는데, 이게 바로 삼(쌈)바위이다.
오산-읍내 주민들은 매년 수성목에서 무사안일을 비는 수륙제를 지냈고, 선비들은 “죽으면 다냐? 맘을 씻어야지!”하며 세심정(洗心亭)을 세워 노래하며 춤을 추었다.
싸움꾼 셋은 깨달음이 있어 용서를 받고 다시 태어나, 새댁(비단)-아씨(털실)-이모(그릇)라는 간판의 점방을 차려 고산장에서 인기가 꽤 있었다.
△상냥하고 △인사성이 밝으며 △조용하고 △친절하며 △늘 웃는 낯이었다. 계산이 끝나면 비단 집에선 양말이라도 한 켤레, 털실 집은 흰 실이라도 한 타래, 그릇 집은 차 수저라도 한 개를 주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다. 장에 가니 아무개가 죽었단다. 장꾼마다 달려가 장보기 할 돈을 부의하고 맨손으로 돌아왔다. 3인 모두 이런 대접을 받았다.
지금은 시장에 장국밥, 막걸리 주전자, 너털웃음이 사라졌다. 밥을 굶지 않는데도 왜들 이리 바쁜가. 민주주의 시대라면서 왜 기쁨이 적은가.
완주 어느 지역 식당은 오전 10시 경에 도착해서 기다려야 갈비탕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다. 12시가 넘으면 조마조마하다. 그 가까이에 잘 꾸며 놓은 식당은 왜 이런 손님을 끌어당기지 못하는가. 고기, 식자재, 맛, 서비스를 놓고 새로운 전략을 짜기 바란다. 줄을 서야 갈비탕을 먹다니! 허허허… 이런 일을 두고 별꼴이라 한다.
/ 이승철 = 칼럼니스트,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