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은 직장운동 경기부로 ‘여자레슬링선수단(감독 정환기)’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4년 2월 창단했으니 올해로 8년째를 맞이했다. 특히 선수단의 최근 분위기나 성적을 보면 창단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지난 해의 경우 코로나19로 대회가 축소·취소되는 등의 악조건 속에서도 금메달 3개 포함 총 6개의 메달을 따내는 저력을 보였다.
이 중심에는 선수단의 맏언니로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이한빛(29) 선수가 있다.
전국선수권, 협회장기, 대통령기 등 국내 대회 출전 족족 금메달을 획득하고,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대회 나가서도 메달을 따내며 대한민국 여자레슬링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환기 감독은 이한빛 선수에 대해 “인성은 말할 것 없고, 매사 스스로 열심히 하다 보니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고 칭찬했다.
다음 달 있을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평창으로 동계훈련을 떠나기 전 이한빛 선수를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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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주전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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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와 군민 여러분께 새해 인사해주시죠.
= 안녕하세요. 완주군여자레슬링선수단 이한빛입니다. 군민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많은데 모두 힘내시고 저 역시 군민여러분께 좋은 성적으로 기쁨을 드리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 고향은 어디세요?
= 서울입니다. 2남 1녀 중 장녀고요. 북가좌초등학교와 이대부속중학교, 리라 아트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 레슬링은 언제부터 시작했죠?
= 고등학교 1학년 때 시작했어요. 동생들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남동생 둘 모두 축구를 했거든요. 마침 저도 농구, 배구 등 구기 종목뿐 아니라 웬만한 운동은 거의 다 좋아하다보니, 동생들과 같이 운동을 하고 싶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체육선생님께 찾아가 ‘어떤 운동하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레슬링과 소프트볼을 추천해주셨어요. 집에 와서 아버지랑 상의해 보니 레슬링이 비전이 있을 거라고 해서 곧바로 정했어요.
▲ 입문하고 힘들지는 않았나요?
= 리라아트고등학교는 레슬링으로 유명해요. 그래서 그 학교로 진학을 했고요. 처음에 운동부에 들어갔는데 언니들이 운동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는 거예요. 그런데 막상 훈련하다보니 점점 힘들었어요. 힘들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 포기하고 싶은 적은 없었나요?
= 정말 많이 했어요. 운동도 너무 힘들었고, 무엇보다 졸업하면 진학이 문제잖아요. 그러다보니 ‘이걸 내가 잘 해서 좋은 학교, 좋은 실업팀으로 갈 수 있을까? 힘든데 내가 버티면서 3학년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참고 하면 어떻겠니?”라고 하셨어요. 최덕훈 감독님께서도 “잘하고 있는데 여기서 그만 두면 아깝다. 이 시기만 지나가면 좋은 시간이 찾아온다. 이 순간은 잠깐이다”라고 말씀하셔서 제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고등학교 때 성적은 어땠나요?
=1학년 때는 경험 삼아서 대회에 많이 나갔어요. 3월 달에 회장기 대회 나갔는데 첫 판에 이 체급에서 전관왕하고 있는 3학년 언니를 만나 완패를 했어요. 아무래도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첫 시합 후에 ‘열심히 운동해서 이 언니 잡아야겠다’ 다짐했어요. 졌지만 동기부여가 된거죠. 1학년 말쯤 메달 땄고, 2학년 때는 훈련 강도가 높다보니 체중이 줄어 체급을 낮춰 대회에 나갔어요. 그 때도 체급에서 1등을 하는 언니와 시합을 했는데, 말도 안 되게 졌어요. 근데 계속 하면서 점수를 따내고 실력도 비등비등해지더라고요. 잡아가는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 대학진학과 실업팀 입단을 두고 고민이 많았을 텐데요.
=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돈을 벌면서 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와서 실업팀 입단을 결정 했어요. 맨 처음 간 곳이 인천시체육회였어요. 2년 동안 있었어요. 그런데 침체기가 왔어요. 일반부 언니들이랑 시합을 해보니 정말 강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내가 이길 수 있는 상대들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운동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 1년 동안 운동을 쉬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마음에 그랬던 것 같아요. 1년 동안 운동을 쉬면서 알바도 하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을 했어요.
▲ 운동을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는?
= 부모님께서 다른 것을 찾아보라고 했지만 적성에 맞는 것을 못 찾았어요. 어느 날, 리라아트고 코치님이 “다시 시작해보면 어떻겠냐?”라고 권유해 주셨어요. 고민 끝에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마음을 잡아준 코치님께 감사하죠.
▲ 부산시청에 입단했는데요.
=리라 코치님이 “부산시청에 자리가 있는데 들어가면 어떻겠냐?”고 권유해 줬어요. 옛날에 주니어 시합에 나갔는데 그 시합 때 인연이 된 감독님이 마침 부산시청 감독님이었던 거예요. 그 때 저를 좋게 봐주셨고, 부산시청으로 오라고 해서 복귀하게 됐어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훈련을 했고, 2년 정도 지나니 성적이 나기 시작하더라고요. 뒤돌아보면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여서 저도 열심히 하며 마음을 굳게 잡았던 것 같아요. 부산시청 코치님도 저에게 “조금만 더 하자. 너는 열심히 해야 된다”하면서 격려와 응원을 해주셨고요. 하다 보니 실력도 늘고, 재미도 생겨 자연적으로 성적도 잘 나왔어요.
▲ 완주군청으로 소속팀을 옮긴 이유는?
= 부산시청 마지막 시합이 국가대표 선발전이었는데 제가 1위를 했어요. 국가대표가 돼서 완주군으로 옮겼어요. 지금 정환기 감독님이 아끼는 후배가 부산시청 감독인데, 그 당시에 부산시청이 여자팀을 해체하고, 남자팀만 유지하려고 했어요. 그때 부산시청 감독님이 우리 정환기 감독님에게 저를 추천해 주셔서 완주군으로 오게 됐습니다.
▲ 기억에 남는 대회는?
=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했던 게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라이벌이었던 언니와 4번 시합에서 모두 졌는데, 이후에 제가 열심히 해서 그 언니를 이겼어요. 평소에는 져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날은 왠지 질 것 같지 않았어요.
▲ 지금 선수단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 정 감독님은 지금까지 같이 있으면서 잘하든 못하든 뒤에서 항상 응원해 주십니다. 설령 못했어도 “잘했다”고, “괜찮다”고 변함없이 격려해 주셨어요. 정말 감사하죠. 아버지 다음으로 존경하고 있습니다. 사실 완주군청에 계속 있고 싶은 이유도 감독님 때문입니다. 저뿐 아니라 우리 선수들 모두 그렇게 느낄 겁니다. 우리 선수단 분위기를 가라앉지 않고, 유쾌하게 만들어주니 성적도 좋아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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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빛 선수가 인터뷰를 마친 뒤 정환기 완주군청여자레슬링단 감독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 완주전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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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요.
= 장점이라고 딱히 없어요. 그냥 저 스스로 열심히 운동하고, 제가 맏언니다 보니 혹시라도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도와줍니다. 감독님은 성실성, 근면성, 리더십이 장점이라고 하는데, 다른 선수들도 다 갖추고 있어요. 단점은 착하다는 것인데, 어쩌면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아요.
▲ 롤모델이 있다면
= 단연코 아버지입니다. 매사 하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십니다. 여태까지 키워주신 환경들을 생각해보면, 아마 저 같으면 못했을 거예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아버지가 해내시는 것을 보면서 뒤돌아보니 ‘대단하신 분이시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항상 고맙습니다.
▲ 올해 목표와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이죠?
=일단 국가대표에 선발돼 올해 있을 아시안게임서 메달을 따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나아가 2년 뒤 올림픽이 있으니 열심히 준비할 겁니다. 제가 아시아선수권에서 두 번 동메달을 땄을 뿐이고, 아직 국내에서는 아시안게임에 금메달을 딴 선수가 없어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도 동메달 이상을 딴 선수가 없는데요. 제가 한 번 이뤄내겠습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
= 제가 군청 선수단 맏언니인데요. 가끔 뉴스에 불편한 선후배 관계가 나오는데 저는 그런 관계를 깨고 싶습니다. 선배나 후배 모두 서로 잘해주려고 하고, 아껴주면서 운동하다보면 분위기 좋은 팀이 되고, 성적도 따라서 올라갈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완주군청팀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오고 싶은 팀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완주군청여자레슬링팀이 있는 지 없는 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요. 우리가 완주군을 홍보하면서 운동하는 거잖아요. 우리 선수들이 있다는 것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선수들도 열심히 운동하고 있으니 응원도 많이 해 주셨으면 합니다. 전국에, 세계에 완주군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올 한해 열심히 땀흘리겠습니다. 항상 적극적으로 선수단을 지원해주시는 박성일 군수님을 비롯해 완주군청 공무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성적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