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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밖 너른 마당(350회-통합 755회) : 핏줄이 이렇게 소중

admin 기자 입력 2022.01.14 09:31 수정 2022.01.14 09:31

핏줄이 이렇게 소중

↑↑ 이승철 = 칼럼니스트
ⓒ 완주전주신문
“고모! 무엇 사가지고 갈까?”, “고기로 먹을 걸 만들어오라” 얼마 후 도착해 상위에 펼쳐 놓으니 냄새-빛깔-분량-맛이 마음에 쏙 든다.

실컷 먹고 병원 밥 두 끼를 건너뛰었다. 조카딸에게 20만을 줬었고 받은 이는 집에가 어머니께 자랑하니 ‘문병 가 돈 받아 오는 사람 어디 있나’ 이러더란다. 이게 핏줄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씨도둑을 못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이게 모두 핏줄 얘기다.

전주이씨 이한 자손은 근 50대요, 경주 김씨는 신라 때 부터이니 1,700년은 될 것이다. 초상나면 당내간(8촌) 모두 건을 쓰고 상여 뒤를 따라 많을수록 부러운 존재이었다. 지금은 의사, 변호사, 회계사, 학원 강사가 흔해 핏줄끼리의 상의가 멀찌감치 밀려났다. 일본이 못 깨부순 게 바로 씨족사회가 아닌가.

1945년 해방이후 70년이 되자 6촌은 말할 것도 없고 4촌을 모르는 집안이 적지 않다. 집집마다 아들 없이 죽으며 백골양자(白骨養子)까지 했다. 씨받이도 있었다. 소실(첩)을 두어 자녀를 꼭 낳았다.

근래 문상을 가보면 검은 양복 입은 상주 달랑 하나에, 검정 옷 입은 그 부인 혼자다. 초라하기 그지없다. 나이 80 넘으면 돈, 학위, 지위, 권력, 재주, 친교 관계 다 소용이 없고 자녀(손)들 뿐이더라.

고산 ‘박길재(박吉載)’는 11번째에 낳아 ‘吉(11번 째 식구)재’이다. 기계유씨는 부인 혼자 8남 8녀를 낳았더라. 그런데 한국 이대로 가면 소멸 국가 첫 번째가 될 것이란다. 두툼한 지갑일지라도 솔래솔래 빼 쓰면 곧 빈 지갑이 된다. 물문을 닫으면 냇바닥이 들어난다. 부인들이 애를 낳지 않으면 당대에 대가 끊긴다.

병나면 자동차에 싣고 다니는 사람은 자녀(며느리)들이더라. 발가벗겨 목욕 시키는데 가장 편한 사람은 아들이더라. 간 콩팥 떼어주는 사람도 형제자매 자녀들이다. 망태 메고 약초 캐러 나서는 사람도 핏줄이더라. 몸 아프고 차편 나쁘면 은행 보험회사도 못 나간다. 비밀 번호-저금통장-주민등록증-도장 누구에게 줄 것인가?

△황희(영의정)→황수신(영의정) △김장생(18현)→김집(18현)은 부자간, 신사임당(5만원권)→이이(5천원귄)는 모자간, 송기면(서예가)→송성용(서예가)→송하진(전북지사)은 아버지-아들-손자 3대가 아닌가.

핏줄 얘기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씨족이 전주류씨와 우주황씨이다. 『전주류씨 바로알기(감수:류정훈, 편자:류기송)』는 고증하여 핏줄 이야기를 확실하게 해 두었다.

▲전주류씨는 ‘문화류씨’에서 분관된 성씨가 아니라 독보적인 토성(土姓)이며 ▲류습, 류흔, 류지는 시조가 다른 3파라고 선언했다. 이 좋은 책을 류해광(소양농협장) 씨가 보냈다. 전주유일여고는 전주류씨 ‘류습(柳濕) 종중의 학교이다. ▲우주황씨 『족보 초간본』은 딸네 기사나 황씨 기사나 자세하기가 마찬가지이다. 핏줄을 놓지 마라. 선거 때 씨족 표를 놓치지 마라.


/ 이승철 = 칼럼니스트,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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