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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철 = 칼럼니스트 |
ⓒ 완주전주신문 |
<전략>민족의 원수 이완용은 인면수심의 전형이다. 그의 며느리 이름은 임건구(任乾九), 얼굴이 푸르뎅뎅 입술이 가무잡잡 꽤 음란한 여자였다. 천륜을 역습함도 분수가 있지 며느리가 쓸쓸한 규방에 혼자 있음을 아는 이완용은 불타는 음욕을 억제치 못하고 며느리의 허리를 껴안아 정조를 요구했다. 성욕에 굶주렸던 며느리는 처음엔 시아버지 요구를 거절했으나 남편이나 시부나 성욕을 만족시킴에는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 속옷 끈을 풀어 헤쳐, 사람으로선 하지 못할 죄를 저질렀다. 이완용은 젊은 며느리 몸을 맘대로 하면서 “얼마나 좋은가?” 사랑의 속삭임을 시작하니, 며느리는 그래도 양심이 좀 있는지 “좋은지…어쩐지 하늘이 무섭소.”라고 대답을 했다. <중략>
‘밤 말은 쥐가 듣고…’,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방방곡곡에 전파되어 삼척동자까지도 ‘이완용은 며느리와 붙었다’ 노래를 부르고 공동변소마다 ‘매국노 이완용 식당’이라 크게 쓰여 있었다(『친일파 죄상기 p88』).
그런데 해방이 되고 이 똥물이 시골 학생(이팔구:가명)에게 튀어 올랐다. 작은 아버지 이름이 ‘이판용’ 한문 실력이 약한 사람끼리 “그럼 이름 뒤 한자 ‘용’은 무슨 자냐?” 이렇게 묻으니 방정맞기로 유명한 추낙엽(가명)이 “이완용(李完用)의 이름 ‘쓸 용(用)’자이여” 했다.
추낙엽과 꼭 닮은 그 아들 추태백(가명)이 “우리 반 ‘이팔구 작은 아버지가 이판용’, ‘큰 아버지는 이완용’ 이라며 입을 놀려대자 이팔구는 며칠 사이에 ‘매국노 이완용 조카’로 소문이 났다.
하나 둘이지 귀가 아파 학교를 그만두려고 눈물을 흘릴 적에 담임선생님이 다가와 “너 좀 이상하다 왜 그러느냐?” 묻기에 이야기를 다 털어 놓았다. 담임은 한 참 들다가 그냥 나가셨다. 이팔구는 허탈하여 와락 울어 버렸다.
종소리가 났고 곧 담임이 들어와 색종이 넉 장을 칠판에 붙이며 ‘이순신 장군 아느냐?’, ‘율곡 이이 선생 아느냐?’, ‘세종대왕 아느냐?’, ‘이완용도 아는가?’ 하니 학생들은 이팔구를 바라보며, 예-예 잘 알아요. 기광이 퍼릇하다.
선생님은 그럼 이 어르신들 본관(本貫)은? 조용하다. 담임은 색종이 옆에 “이순신(덕수 이씨)-이율곡(덕수)-세종대왕(전주)-이완용(토산). 이렇게 쓰고 ‘이씨(李氏)’로되 여기 색종이처럼 각각 다르다.” 이팔구 어디 이씨지? “예! 전주이가”입니다. 담임은 “이팔구 전주이씨이다. 왕족이다. 다들 알았느냐? 전주이씨 모두 손 들어봐.” 거수 자가 십여 명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이 문제 혹 시험에 나올지도 모른다.” 이팔구는 두 줄기 눈물을 소매로 닦으며 웃었다.
담임은 솔로몬대왕이라는 별명이 불었다.
우리 완주 군민은 더러운 것과 깨끗함을 알고 살아야한다. 썩은 냄새를 본인이 가장 모르더라. 선생은 선생다워야 하고, 성인은 어른다워야 한다.
/ 이승철 = 칼럼니스트,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