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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문 밖 너른 마당(346회-통합 751회) : 아부지! 올해 얼마 버셨어요?

admin 기자 입력 2021.12.17 09:13 수정 2021.12.17 09:13

아부지! 올해 얼마 버셨어요?

↑↑ 이승철 = 칼럼니스트
ⓒ 완주전주신문
아들 “연말이니 아버지 검열을 해야 하겠습니다.”, “올해 얼마 버셨어요?” 이렇게 묻는다. 아버지 대답 “177,840원 벌었다.”고 답하니, 아들 “어디서요?”하고 되묻는다. 아버지 “○○○○에서 입금했더라.” 아들 유머가 더 풍성한 집안이다. 아들은 “그 돈으로 서울 강남에 집 한 채 사시지요.”하며 ‘상여금’이라면서 10만원을 내놓는다.

아들 입장에서 궁금할 수밖에 없는 건 늘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또닥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돈 지갑에 넣으니 어깨가 거뜬하고, 삼례 ‘예삼(禮三:가칭) 카페’에 들어서자 어여쁜 여주인이 맞으며 다가와 좋은 자리를 권한다.

상호 뜻을 물으니 “‘參禮’ 글자 앞뒤를 바꾼 것으로 손님 △오시면 인사 △가실 때 인사 △손님 자리 닦아두기 이 세 가지 실천 방향의 상호”란다.

단정하고 상냥한 여성의 말 “저는 선생님을 잘 압니다. <완주전주신문(대문 밖 너른 마당)> 독자지요. 소청이 하나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3시 이 자리에 젊은 사람 여나무 명을 모아 드릴 터이니 20분간만 얘기하시지요. 공차(공짜 차)를 드리며 가실 땐 공차(空車)로 모셔다 드리렵니다.” 귀가 솔깃하다.

집에 와 ‘예삼’ 얘기를 하니, 둘째가 10만을 내놓으며 택시 타고 다니란다. 아내는 반대한다. 며느리는 ‘빙그레’ 웃을 뿐. 여기 ‘빙그레’는 반대 표시이다. 평소 성격이라 반대임을 안다. 그렇기는 그렇다. 연 17만7천8백4십원 번 노인이 택시 타고 다니면 진짜 노망이다.

90 가까운 아내는 하루 세 끼 밥을 차려주고, 밤이면 침상 곁에 먹을 걸 갖다 놓는다. 자정에 잠이 깨어 창문을 보니 내 얼굴 영상이 비친다.

눈은 움푹하고, 양 볼은 오목하며, 머리는 희고, 입 양편 꼬리가 쳐졌으며, 주름이 얼굴을 덮었다. 남성미나 매력은 어느 구석에도 없다.

침대에 걸쳐 앉아 ‘하나님 데려가세요.’ 이 때 아내가 문을 열고 들어선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나 확인하러 왔다 가기에 나도 곧 따라 자리에 누우니 오만가지 잡생각이 떠오른다.

할아버지-어버지-나-동생 네 지게가 보인다. 겨울엔 까치집만큼의 땔감, 여름엔 하지감자 한 망태, 가을에는 벼 두서너 단을 짊어 날랐으며 설이 다가오면 똥오줌 지게도 짊어졌다. 그런데 야! 아들 손자까지 합하여 승용차가 열네 대이다(남도 마찬가지).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니 ‘하나님 감사합니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곧 누워 라디오를 켰다. 까칠한 목소리로 ‘이 아무개’ ‘윤 아무개’ 이야기를 하는데 입마다 상대방이 나쁘다는 주장이다. 좋은 말 다 어디 두고 양 후보자와 그 종사자들에게까지 험담 일색 싸움판이다.

밥상 앞에서 송장 똥장군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들린다. 지게 지던 세상 사람들보다도 더 험하구나! 노인의 힘은 자녀들이다. 세상에 아들 딸 같은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맺었던 인연을 두고 뒤에 ’섭섭했었노라‘ 이런 소리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


/ 이승철 = 칼럼니스트,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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