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에 오르면 눈 안에 가득 학림사 누런 보리밭 주린 뱃속 침 넘어갔고...(중략)...시레기 죽도 못 먹은 다랑이 보리밭 밭고랑 주저앉아 고개들지 못한 채 네 발로 기었다.”
완주 용진 출신 작가 최정호 시인이 자신의 두 번째 시집 ‘언덕에 오르면(신아출판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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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주전주신문 |
지난 2015년 ‘노을꽃’에 이어 3년 만에 작품을 펴낸 최정호 시인. 몹시도 가난했던 어린 시절, 고향 용진읍 순절리의 나지막한 뒷산에 올라 바라본 늦은 봄 학림사의 보리밭을 떠올리며 작품을 썼다.
작품에서 그는 자신의 집의 작은 보리밭은 잘 여물지 않고, 듬성듬성 자랐던 반면 운동장만한 학림사의 넓은 보리밭은 누렇게 잘 익어 넘실댔다고 기억했다.
때문에 학림사를 부잣집을 상징하는 ‘고래등 기와집’으로 비유했고, 곳간 가득 쌀가마가 쌓였지만 먹을 사람 없어 ‘생쥐가 거미줄 치고 참선중’이라는 문장으로 위트 있게 그려냈다.
작가는 또 어머니가 새벽에 일찍 일어나 밥 짓기 위해 독을 열었지만 쌀이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아 바가지로 긁는 소리에 가슴이 아파 잠에서 깼다며 ‘밑바닥 헤매는 낱알 긁는 바가지 소리 새가슴 할퀴며 새벽잠 깨웠다’고 표현, 그 시절을 지낸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전북문인협회장을 지낸 평론가 정군수 시인은 “과거로부터 생생한 심상을 이끌어내어 시를 창조하는 시인들은 고도로 예민한 기억의 소유자이며, 활용자이다”라며 “최정호 시인은 이러한 기억의 소유자이며 상상의 창조자라고 할 수 있다”고 극찬했다.
최정호 시인은 “두 번째 시집을 내게 돼 기쁘다”며 “오늘까지 발걸음을 인도하신 하나님 그분의 은총을 사모하며, 한참 모자라는 작품이지만 공감하고 싶은 파란마음이 되어 본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최정호 시인은 수필집 ‘외딴 오두막’에 이어 두 번째 수필집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