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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식품사막 없는 농촌, 지속가능한 길을 찾다”

admin 기자 입력 2026.09.03 15:38 수정 2026.09.03 15:39

↑↑ 손병철 고산농협 조합장
ⓒ 완주전주신문
대한민국 농촌은 지금, 조용한 위기를 맞고 있다. 우선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됐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농촌 주민들의 일상속에서 나타나고 있다. 바로 ‘식품사막(Food Desert)’ 현상이다.

‘식품사막’은 신선한 식품과 생필품을 쉽게 구매하기 어려운 지역을 의미한다. 흔히 대도시 저소득층의 문제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산간지역과 면(面)단위 농촌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중교통이 줄어드는 데다, 작은 상점은 하나둘 문을 닫다 보니, 운전이 어려운 고령의 어르신들은 생필품 구입을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먹거리에 대한 접근성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 시대에 작금의 현실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먹거리 기본권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농촌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곳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농촌 주민들은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 됐다. 이는 더 이상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가 됐다.

고산농협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가는 농촌형 이동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마을회관 앞으로 직접 찾아가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공급하는 이 사업은 단순한 이동판매가 아니다.

이동이 어려운 주민들에게는 생활의 편의를 제공하고, 지역 농가에는 안정적인 판로를 마련하며, 나아가 지역경제에는 로컬푸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새로운 ‘농촌형 유통모델’이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동장터에 대해 “생활의 불편이 크게 줄었다”, “장을 보러 나가지 않아도 되어 살 것 같다”, “마트가 우리 마을로 찾아왔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는 이동장터가 단순한 유통서비스가 아니라, 농촌 복지의 한 축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동장터가 공공성이 강한 사업인 만큼, 개별 농협의 노력만으로 지속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차량 운영비와 인건비, 물류비가 계속 증가해 수익성만으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책임을 나눠야 한다.

그나마 최근 시행되고 있는 ‘고향사랑기부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고향사랑기부금과 지정기부금을 활용해 이동장터 운영과 농촌 물류복지 사업을 지원한다면, 단순한 기부를 넘어 농촌 주민의 먹거리 복지와 삶의 질 향상이라는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 농촌 어르신들의 밥상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제도의 가치도 더욱 커질 것이다.

여기에 더해 반드시 검토해야 할 정책이 있다. 대한민국에는 전국 어느 유통기업도 갖지 못한 촘촘한 생활 인프라가 있다.

바로 전국 면 단위까지 운영되고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이다. 농협은 이미 전국 최대 규모의 농촌 생활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다면 이동장터가 방문하는 날에는 마을회관 중심의 공동체형 서비스를, 그 외의 날에는 가까운 하나로마트에서 주문한 생필품을 가정으로 배송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각각 제공받을 수 있다.

물론 정부가 농촌지역 배송비를 일부 지원하고, 지자체가 대상자를 관리하며, 농협이 전국의 유통망을 활용한다면 적은 예산으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새로운 시설을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이미 갖춰진 농협의 인프라를 활용해 국민의 세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농촌을 살리는 일은 단순히 농산물 가격을 지키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농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먹거리조차 걱정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한 농촌 정책이다.

식품사막 해소는 복지정책이면서 지역균형발전 정책이고, 동시에 농업정책이다. 이제는 농촌 주민의 먹거리 접근성을 국가가 책임져야 할 시대다.

고산농협의 이동장터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한 지역의 성공사례를 넘어 대한민국 농촌 전체로 확산시켜야 한다.

식품사막을 없애는 일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일이 아니다. 사람을 지키고, 농촌을 지키며, 지역공동체를 지키는 일이다. 이제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답을 만들어야 할 때다.


/손병철 = 고산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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