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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복지

“11억 빌려줬는데, 24억 채무자가 됐다”

원제연 기자 입력 2024.04.04 10:43 수정 2024.04.04 10:43

채권자, 돈 갚지 않자 건물 경매 신청… 채무자, 중단하라 소 제기
무허가 사채업자, 배당순위 밀리자 소개인에게 돈 주고 위증 시켜
검찰, 무허가 사채업자 등 2명 ‘위증’ 및 ‘위증 교사’혐의로 기소

돈을 받아야할 채권자가 되레 채무자의 빚을 떠안게 되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달 20일 완주에 사는 A씨(대부업자)는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했다”며 본보를 방문, 인터넷 신문(뉴델리)에 게재된 자료 등을 보여주며, 보도를 의뢰했다.

A씨에 따르면 자신이 부동산개발업자 B씨에게 11억원을 빌려줬다. 현금, 계좌, 수표, 이자 등을 포함 총 채권규모는 11억 8500만원. B씨는 A씨에게 이자와 원금 등을 합쳐 5억 8500만원을 갚았고, 이자를 포함 6억 원의 채무가 남아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B씨가 이자와 원금을 갚지 않자, A씨는 B씨 소유의 건물에 대한 경매를 신청했다. 이에 B씨가 A씨를 상대로 경매를 중단하라며 소를 제기했다.

그런데 B씨가 소송 걸기 나흘 전 경매 배당 순위가 결정된 상태로, 1순위 은행권, 2순위 A씨(2억 8000만원)가 받을 수 있었는데, 2순위와 3순위가 바뀌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

B씨가 소를 제기는 날, 3순위 배당자가 해당 경매 배당에 대해 2순위 B씨가 자격이 없다며 소를 제기 했기 때문.

무려 1년 2개월에 걸쳐 진행된 소송(전주지방법원 민사2부)은 1심 재판부가 B씨의 주장과 배당 3순위가 제기한 배당에 대한 이의 건 모두 기각했고, 채권자인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B씨는 항소했고,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법 제1민사부는 1심 판결을 뒤집었다.

B씨가 자필로 쓴 채무 관계에 대한 ‘사실확인서’가 강요에 의한 것으로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것. 1심 판결 당시 대출소개인의 ‘사실확인서’가 수정 제출되면서 증거 효력을 상실 했기 때문.

소개인 C씨는 2심 재판 증인으로 출석, 1심 재판 당시 증거로 인정된 ‘사실확인서’에 대해 “내용은 잘 모르고 A씨가 써준 확인서에 사인만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다 재판부는 A씨 등이 고리사채업자로 법정최고이자율을 어겼기 때문에 계약 자체가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2심 판결은 졸지에 A씨를 채무자로 바꿨고, B씨에게 받을 돈이 있던 채권자들이 모두 A씨에게 채무 해결을 요구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채무액은 무려 24억 원. 하지만 A씨 측은 입장을 바꿔 B씨에게 유리하게 증언한 소개인 C씨가 B씨와 함께 배당 순위에 이의를 제기한 3순위 채권자 D씨로부터 40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고,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요약하면 경매사건의 배당표가 공개되자, D씨는 자신의 배당순위가 후순위로 배당을 받지 못할 상황이 되자, 배당순위를 바꾸기 위해 B씨가 제기한 근저당말소 소송에서 C씨에게 돈을 주고, 위증을 요청해 결국 항소심 판결이 뒤집혔다.

A씨는 소송 사기 및 무고 등으로 B씨를 고발했고, D씨와 D씨를 도운 변호사에 대해 위증교사와 방조죄로 형사고발했다.

이와 관련, 현재 검찰이 무허가로 사채업을 하는 D씨 등 2명을 ‘위증’ 및 ‘위증교사 혐의’로 지난 2월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돈을 빌려줬는데 오히려 24억 원의 빚을 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해 억울하고 화가 난다”며 “검찰 조사와 법원 판결로 억울함이 풀리고, 위증자에 대한 처벌이 반드시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A씨 측은 D씨의 사업장 앞에서 연일 티켓 시위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으며, 최초 보도된 인터넷 신문의 관련 기사에는 대다수 A씨를 응원하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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