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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인물탐방) 고산고 김형철 과학교사

원제연 기자 입력 2022.04.08 09:53 수정 2022.04.08 09:53

세 번째 시집 출간 ‘화제’
“새로운 도전을 즐길 것”

“거친 땅 앙상한 가지에도/ 파릇파릇 돋아/ 연초록 고사리손/ 온 누리 눈부시게 초록물결/ 생명의 화산 폭발.”(시집 ‘시로 떠나는 여행’ 중에서)

고산고등학교 김형철(59)교사가 시집 ‘시로 떠나는 여행(신아출판사)’을 출간했다. 지난 2018년 ‘파랑새 날다’, 2019년 ‘제주행 기차를 타다’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시집을 낸 것.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현재 과학교사라는 점이다. 더욱이 문예창작과 관련한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고, 시를 전문적으로 쓰기 위해 동인 활동이나 등단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그런 그가 세 권의 시집을 낸 이유는 단지 스스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일 뿐, 책을 만들어 유명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아예 꿈도 꾸지 않았다. 실제 그의 지나온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생활신조를 “도전하는 삶을 살자”로 정해놓고, 맨 처음 산에 도전했다.

가까운 산을 시작으로 전국에 있는 산을 다니다보니 어느 새 백두대간과 정맥 종주를 하게 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를 등정하고, 동남아 최고봉인 코타키나바루와 북인도 카슈미르 히말라야, 일본 오쿠호다카다케 등을 트래킹 하는 등 세계 유수의 산악 등반 도전도 서슴지 않았다.
↑↑ 세 번째 시집을 출간해 화제가 되고 있는 고산고등학교 김형철 과학교사가 시집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완주전주신문

또한 그는 산행을 하며 마주한 풍경들을 보관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사진을 배우게 됐고, 다리 힘을 길러 보다 많은 곳을 오래토록 여행하기 위해 마라톤에 도전했다.

마라톤이 끝이 아니었다. 자전거에도 도전해 ‘국토 종주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니 매일 자전거를 타고 전주 송천동에서 고산고등학교까지 출·퇴근하는 일은 그에게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
이번에 출간한 ‘시로 떠나는 여행’을 비롯해 그가 쓴 세 권의 시집에는 그간 끊임없이 도전해온 시간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첫 번째 시집과 두 번째 시집 모두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에다 솔직·담백한 감정이나 생각을 시로 풀어냈다면, 세 번째 시집은 오롯이 탁월한 시어와 절제된 감정, 그리고 사색의 깊이로 시를 썼다는 점에서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다.

그는 “두 번째 시집은 조급하게 쓰다 보니 부끄러울 정도로 초보 수준이었다”며 “세 번째 시집은 시에 대해 조금 알게 되고 여유를 갖고 써 스스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실제 세 번째 시집은 처음부터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연작시로 썼다.

예를 들면 늦겨울에서부터 봄이 오고 꽃이 피는 과정을 여러 꽃들을 등장시키며 순서대로 연결했다.

또한 사랑, 연애 외에 종교, 아파트 투기, 정권 교체, 세월호 사건, 신자유주의 등 시로 다루기엔 무거운 사회 문제들까지 솔직하고 거침없이 지적하면서 반성과 성찰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듯 세 번째 시집에는 작가의 모든 걸 토해 냈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역시나 예상은 틀림이 없었다. 시집은 세 권으로 만족하고, 다시 새로운 것에 즐겁게 도전하고 싶단다.

‘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라고 강조하는 그는 블로그 등 SNS 닉네임도 그런 의미를 담아 ‘파랑새 날다’로 짓고, 시집을 출간할 때마다 자신의 이름 앞에 파란색 글씨로 수식어처럼 붙였다.

‘파랑새는 날다’ 김형철 교사는 “그냥 짧은 글로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표현하면 그게 시다. 시인만 시를 쓰는 것 아니다”며 “도전하면 누구나 시를 쓰고 책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분야를 시작할 때 대충하지 말고 집중적으로 깊이 있게 파고 들면 길이 나오고, 가다보면 새로운 영역들이 생겨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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