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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소통하고 싶다고요? 그림책이 정답입니다”

원제연 기자 입력 2021.07.16 10:15 수정 2021.07.16 10:15

(특집 / 그림책 공동체 ‘공감독서회’)

평소 ‘그림책’하면 아이들이나 읽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공감독서회(대표 박미경)’를 만나고 난 뒤 생각이 확 바뀌었다.

그림책이 나를 표현하고, 가족과 소통하고, 마음의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와주며, 세상과 나를 연결해주는 통로가 되는 힘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하나, 0세부터 100세까지 누구나 쉽게 접하고, 편안하게 읽으면서, 감동과 공감의 울림도 갖고 있다는 것을 몸소 경험했다.

행운의 숫자가 두 번 겹친 지난 7월 7일, ‘그림책’ 으로, 가정과 학교와 마을을 변화시키겠다며 당당히 포부를 밝힌 5명의 공감독서회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회원들을 소개합니다

공감독서회는 박미경(41)대표와 송지은(46)총무, 이수미(43)·장효진(42)·김현정(41) 회원 등 5명으로 구성됐다. 회원 모두 소양면에 산다.

또 송광초 학부모이고, 나이가 40대, 귀촌인 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하나 더 있다. 모두 가르치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

실제 박미경 대표는 도서관 운영, 송지은 총무는 논술 강사, 이수미 회원은 한문 교사, 장효진 회원은 수학강사, 김현정 회원은 음악 관련 일을 했다.

독서회를 이끌고 있는 박 대표는 2014년도에 창원에서 소양으로 이사왔다. 현재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

송지은씨는 서울에서 살다가 작은 학교에서 자녀들을 키우고 싶어 2017년도에 이곳으로 왔다.

이수미씨는 2016년도에 군산에서 귀촌했다. 아이들 교육 때문이란다.

장효진씨는 수원에서 남편 따라 2014년도에 이사왔다.

그리고 막내 김현정씨는 2013년도에 전주에서 이사왔다. 5명 중 가장 먼저 소양에 터를 잡았다. 친정부모님도 소양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고 있는데 육아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 (사진 뒤쪽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현정, 이수미, 장효진, 박미경, 송지은.
ⓒ 완주전주신문


■ 공감독서회라 이름 짓다

맨 처음 송광초등학교 학부모로 만났다. 5년 전부터 학부모 독서모임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책 읽어주기를 하다가 좀 더 깊이 공부를 하고 싶어 지난 2019년도에 소양면 철쭉도서관에서 그림책 지도사 자격증 과정에 참여했다. 당시 도서관에서 일을 하던 박 대표 덕분에 전원 3급을 따게 됐다.

이후 소양면 중심지 활성화 사업에서 도움을 받아 모두 2급을 획득했다. 그리고 그해 5월 도서관 위탁을 위해 소양서초와 송광초 학부모들로 독서 동아리모임이 꾸려졌는데 이름을 ‘공감독서회’라고 지었던 게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 사업으로 첫 걸음 떼다

지난 해 초, 완주군은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마을로 청년 인큐베이팅’공모사업을 추진했다. 청년활동가 등을 유입해서 미운영 마을공동체 사업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사실 완주군은 10년 전부터 마을공동체사업을 해왔다.

이 가운데 지속성을 갖고 잘 이어가는 마을이 있는가 하면 고령화 등으로 인해 운영자가 없어 오랫동안 닫혀 있는 사업장이 많이 있다.

이에 완주군이 마을의 유휴 공간을 청년들에게 제공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공모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어째든 공모 결과, 동상, 운주 등 군내 5개 사업장이 후보로 올랐고, 접근성과 컨텐츠, 주민 참여도, 지속성 등을 고려해 최종 공감독서회 선정됐다.

공감독서회가 선정된 데에는 가장 먼저, ‘그림책’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타 지역과 차별화를 뒀다는 점이 주효했다.

또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그림책을 만들고, 그림책 봉사활동을 하고, 나아가 완주군의 문화공간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여기에다 소양면이라는 같은 지역에서 살고 있는 송광초 학부모라는 점과 독서회 활동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도 선정에 영향을 줬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소득창출 공간이 아닌 주민들의 문화교육 공간으로서 활용되기 때문에 활용도와 지속성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작은 찜질방에서 그림책 문화공간으로

공감독서회가 공모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편의시설, 시설장비 구축, 홍보비, 컨설팅비, 상품개발비 등을 군으로부터 지원받게 됨에 따라 사업 추진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먼저, 오랜 기간 유휴공간으로 있던 소양면 대흥마을 작은 찜질방을, 군이 1,2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리모델링해 그림책 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됐다.

현재 공감독서회가 이 공간을 활용해 청소년, 어르신 등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그림책 전시회, 작가초대전, 그림책 만들기 등 다양한 그림책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마을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 공감독서회가 걸어갈 길

공감독서회는 앞서 언급했듯 지난 2015년부터 학교 그림책 읽어주기 봉사활동을 시작으로 ‘그림책 나들이’ 봉사 동아리를 조직해 학교, 마을회관, 아동 및 장애인 시설, 정서적 지지가 필요한 지역주민들과 지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1:1 멘토링 서비스 지원 및 그림책 읽어주기 봉사활동을 진행해 왔다.

또한 인근 ‘오성한옥체험휴양마을’과 연계해 숲속 텐트에 그림책을 전시해 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그림책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최근에는 책마을해리 이대건 대표와 그림책 만들기 컨설팅을, 국내 그림책 작가 1세대 대표주자인 권윤덕 작가 초청강연을 열기도 했다.

앞으로 공감독서회는 그림책으로 세대를 아울러 소통하고 공감하며 아이, 어른 모두 그림책으로 위로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그림책 연구와 다양한 그림책 관련 강좌나 기획프로그램, 세 번의 작가 초대전, 재능기부 수업과 멘토링 등을 활발히 진행할 계획이다.
 

■ 보람과 각오를 말하다

▲김현정

그림책을 접하면 하나의 예술작품을 자세히 감상하고, 끝낸다는 느낌이 든다. 손쉽게 취할 수 있는 작품으로 고퀄리티의 미적인 경험을 한다는 것이 그림책의 매력이다.

아이들하고 소통하면서 감흥이 일어나는 순간은 책에 숨겨진 작가의 의도, 메시지, 비밀 등을 깜짝 놀랄 만큼 아이들이 찾아낼 때다.

그림책은 교육적인 측면뿐 아니라 미적인 경험이나 인성, 감성 등 여러 면에서 좋은 자료가 되는 것 같다. 사무실이 생기고 활동을 시작하면서 욕심이 생겼다. ‘소양에 다른 사람들이 탐낼만한 문화컨텐츠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다.

문화콘텐츠가 바로 그림책이 되길 바라고,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행복한 꿈을 꾼다.


▲장효진

학교 봉사활동을 하면서 첫해는 아이들과 소통이 어려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집중하고 가까이서 그림책을 보고 싶어 하고, 질문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이 생겼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자녀들도 그림책에 대한 흥미를 많이 느끼게 됐는데, 실례로 글씨 위주로 책을 읽던 아이가 그림을 보면서 감정을 표현하고, 이전과 다르게 나와 소통이 많아졌다. 이런 변화가 고맙고 감사하다.

사실 회원들 중에 그림책에 대해 가장 모른다. 그래서 일단 배워서 내 안을 채우는데 집중하고, 더 많이 노력할 계획이다.


▲이수미

다른 사람에 비해 그림책을 늦게 배웠다. 딸이 책을 좋아하는데 ‘얼마나 재미있으면 저렇게 볼까?’ 생각했다.

어느 날부터 박 대표님에게 책을 추천 받아 딸에게 주었는데, 오히려 딸이 내게 ‘이 책을 읽어 보라’고 권했다. 그래서 조금씩 책을 접하게 됐다. 기회가 주어져 수업을 하다보니 아이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고 좋았다.

지금은 아이들이 ‘오늘은 어떤 책을 가져왔나?’궁금해 하면서 책가방을 가장 먼저 쳐다본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내가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공부도 더 많이 하고, 봉사활동도 많이 참여하면서 아이들과도 그림책을 많이 나누는 활동을 하고 싶다.


▲송지은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고 자랐다. 결혼을 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줬다. 5학년인데 지금까지 잠자리 독서를 하고 있다.

익숙해져서 하지 않으면 왠지 잠자리 의식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대표님을 통해 그림책을 배우게 되면서 지금까지 ‘너’와 ‘나’의 이야기였다면 이제는 저변으로 확대해야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가정에서 만난 그림책이 아이 학교로, 마을로,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덧붙여서 나만 좋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아는 좋음으로 느꼈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일 것 같다.

그림책은 어른, 아이 모두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림책이 주는 공감과 위로를 나만, 우리 집에서만 느끼는 게 아니라 소양면 사람들이 같이 느끼면서 그림책 하나로 울고 웃는, 그리고 위로받는 게 꿈이다.


▲박미경

그림책은 감정을 나누는 작업이라 정말 좋다. 어릴 적부터 우리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줬는데 그 때문인지 우리 아이가 그림책을 보면서 위로를 얻는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그림책이 힘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요즘 감정이 메마른 아이들이 많다. 감정도 가르쳐야한다. 감정을 가르치려면 공감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된다. 그런데 긴 시간이 필요하다. 조금씩 조금씩 바뀐다. 내가 멘토링을 하는 이유다.

아이에게 처음에 그림책 주인공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 지 이해를 못했다면 다음에 읽어보면서 이해를 하게 된다. 주인공이 왜 웃는지, 왜 우는지를 그림책을 통해 공감하고 표현할 수 있다.

내 목표는 요양시설에 가서 힘든 분들과 그림책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내가 하는 것 보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천천히 걸어갈 생각이다.

우선 채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적자나는 서점도 하고 싶다. 누군가 힘들어 찾아왔을 때 책을 읽어주면서 같이 이야기 하고 싶다. 상담학을 배우는 이유다. 끝으로 이곳이 그림책으로 처방이 필요한 사람을 치유해주는 공간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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