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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이웃을 살리는 일이라면 기부를 계속 해야죠”

원제연 기자 입력 2021.03.26 10:56 수정 2021.03.26 10:56

(특집 / 기부천사 김태옥 서진 ENG 대표)
“먼저 이웃을 섬겨라” 성경 가르침 실천
돈을 버는 것 만큼 쓰는 방법 일깨워 줘

경주에는 조선의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 )’ 최부잣집이 있다. 400년간 부(富)를 유지해오면서도 존경과 칭송을 받는 가문이다. 이는 최부자 가문이 지켜온 독특한 가훈(家訓)이 후대에 전해져왔기 때문이다.

가훈 중에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고 후손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부자의 도리는 더불어 잘 살도록 하는 것으로, 이웃을 위해서 부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지 교훈하고 있다.

우리 지역 용진읍에 소재한 주식회사 서진 ENG 김태옥 대표(55)를 보면서 문득 경주 최부잣집이 떠올랐다.

물론 비교한다는 자체가 무리일 수 있겠지만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가르쳐 준다는 점에서 많고, 적음을 떠나 공통점을 갖고 있지 않을까?

김 대표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매월 100만원의 장학금을 용진읍에 기부해오고 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먼저 이웃을 섬기라’라는 성경의 가르침대로 했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지난 19일 김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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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형 목장에서 꿈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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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의 고향은 화산면 종리 농상마을. 4형제 중 막내다. 큰 형은 작고한 김배옥 전 전주완주축협조합장이고, 둘째 형은 김재옥 완주낙우회장이다.

형제 모두 주위에서 칭찬이 자자할 정도로 훌륭한 인품을 가졌다.

또 하나, 형제가 크리스천인으로, 교회에서 장로의 직분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큰형과 작은형이 운영하는 목장일을 도우며 봉동읍 용암리에서 15년 정도 살았다.

큰 형이 목장일을 먼저 시작했고, 뒤를 이어 작은 형도 그 길을 따라갔다. 두 형제가 목장을 처음 시작할 무렵, 전라북도 낙농가는 전무했다. 그러니 이 지역에 낙농을 보급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김 대표는 착유 등 목장일을 도우며 축산관련 다양한 경험을 했다. 당연히 소의 생리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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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농분야 삼성’으로 회사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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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목장일을 배웠던 터라 자연스럽게 낙농축산 분야로 진로를 결정했다. 사실 어릴 때 꿈은 비행기를 만드는 엔지니어였다.

“전자, 전기쪽에 관심이 있었어요. 특히 날아다니는 비행기만 보면 어떻게 날아다닐 수 있을까? 호기심이 많았죠.”

그는 지난 1994년 전주역 인근에서 축산 낙농관리 자동화 설비를 전문으로 하는 서진ENG를 창업했다. 이후 사세가 확장하면서 지난 2006년 9월 용진읍 구억리로 회사를 옮겼다.

서진ENG는 축산 낙농분야에 적용하는 각종 전자설비 및 자동화기기 제어시스템을 직접 개발하고, 설치, A/S를 하는 회사다.

그동안 꾸준한 연구개발로 특허출원 등록은 물론 산학연 공동기술개발 컨소시엄 사업에 참여해오면서 신제품 개발과 첨단 기술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재 축사 환풍기 시스템, 착유실 세척기, 우유 냉각 컨트롤 시스템 등 60여 가지가 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서진ENG는 전국 낙농가들이 모두 알 정도로 유명하다. 인지도면에서 ‘낙농분야의 삼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다.
ⓒ 완주전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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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음’·‘신앙’, 지속 성장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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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올해로 27년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무너졌던 IMF외환위기의 파고도 거뜬히 이겨냈고, 지난해 초유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도 현재까지 잘 극복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사업 초기, 제품 개발은 자신 있었지만 여러 사람 앞에서 말을 잘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물건을 팔아야 하는 영업에는 자신이 없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사업을 하면서 포기 하고 싶거나 별로 힘든 적이 없고, 꾸준히 성장했다는 것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믿음’과 ‘신앙’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기 때문이었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제가 신앙생활을 했기 때문에 늘 ‘영업은 할 줄 모르는 엔지니어니까 하나님이 대신 영업을 해주시면 제가 하나님의 일을 하겠습니다’라고 기도했어요.”

사업 초기, 제품은 고작 한 두 개 정도 밖에 없었고, 대기업에서 만든 것도 아니었지만, 신기하게도 입소문을 타면서 주문이 끊이지 않았다.

“사업 시작하고 나서 3년은 힘들었어요. 저희 회사가 제품수도 적었고, 회사 인지도가 낮다보니 막막했지만 어떻게든 연결이 돼서 물건이 팔리더라고요. 기도의 응답을 받은 거라 생각합니다.”

어째든 제품을 팔아달라고 홍보를 한 번 한 적 없이 회사가 성장했다고 하니 기적 같은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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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진읍 맞춤형 복지사업 한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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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지난 2017년부터 월 100만원씩 공동모금회를 통해 용진읍에 기부를 해오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해온 해외선교사업이 기부를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제가 캄보디아, 미얀마, 이스라엘에 선교비를 후원하고 있는데요. 완주군으로 이사온 뒤 ‘해외선교도 좋지만 뭔가 지역에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가까운 용진읍에 기부사업을 하게 됐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 2018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용진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해 3월부터 월 100만원씩 지금까지 총 3700만원을 공동모금회에 지정기탁했다.

이 기부금은 용진읍지사협의 장학금 사업 ‘너의 꿈을 응원해’라는 이름으로 2019년부터 용진 관내 초·중학교 입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지원됐다.

또 지난 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영양제 지원과 김장나눔 행사로 귀하게 사용됐다.

다음달에는 75세 이상 어르신 장수사진 촬영에도 지원될 예정이다.

이렇듯 김 대표의 기부금은 용진읍 맞춤형복지 사업에 긴요하게 쓰이고 있다.

사실 용진읍 담당부서에서는 김 대표가 코로나19로 회사 사정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기부금을 내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 장학금 전달식 후 용진읍 맞춤형복지팀장이 어렵게 질문을 꺼내자 “기부금 내는 데 부담스럽지 않다. 괜찮다”고 대답해 오히려 죄송하고 정말 고마웠단다.

어째든 용진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다른 지역과 달리 지금까지 크게 돈에 대한 걱정 없이 다양한 사업을 주저 없이, 과감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위원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 버팀이 되고 있는 지역 내 후원자, 여기에다 김 대표의 지속적인 후원이 한 몫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완주전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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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 보다 ‘이웃사랑’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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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김 대표는 어머니를 닮지 않았을까? 그의 어머니는 마을에서 크고 작은 일 가리지 않고, 나눠주고, 섬기는 데 앞장섰다.

“그 당시 떡을 못 먹는 집이 많을 정도로 어려웠는데, 어머니는 저에게 떡 심부름을 많이 보냈어요.”

어머니 닮아 몸에 밴 ‘이웃사랑’, 김 대표가 지속적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이유다.

크리스천인 그는 성경 전체의 핵심이 바로 ‘이웃사랑’이라고 강조했다. 교회 헌금도 결국 이웃을 위해 써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이웃사랑이 1번이라고 생각합니다. 법보다 생명을 살리는, 생명을 구하는 게 첫 번째라고 믿습니다.”

그가 매월 100만원씩 기부하는 것도 생명을 살리는 일에 쓰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이스라엘 문화의 가장 첫 번째 덕목이 ‘이웃사랑’이라 대부분 급여의 일부를 떼어 이웃을 섬기는데 활용하고 있다.

김 대표 역시 다를 바 없다. 항상 연 초에 100만원씩 꼬박꼬박 기부금이 통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자동이체를 걸어놓는다. 선교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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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 섬기는 일 꾸준히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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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15년 동안 봉동읍 용암리에 살면서 인근 제상교회에 다녔다. 제상교회는 신앙의 뿌리가 돼준 셈.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성경을 연구하는 활동을 하면서 신앙의 깊이를 확장하고 있다. 앞으로의 꿈과 포부도 성경 안에서 계획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은 특별히 없어요. 하나님이 주시는 대로 갈 겁니다. 하나님 빽으로 선교사업과 지금 이웃을 섬기는 일을 꾸준히 하고 싶습니다.”

30살에 소개로 만난 지금의 아내 손수정(51)씨에게는 “늘 감사하다”, 은찬(27)·주찬(23), 두 아들에게는“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단다.

돈은 많지만 쓸 줄 모르고, 베풀지 모르는 사람들을 우리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돈은 버는 것만큼 쓰는 것도 중요하다’는 교훈을 다시금 일깨워 준 김태옥 대표와의 인터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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