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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문 밖 너른 마당(165회-통합 570회) 발열(發熱) 의자(倚子)

admin 기자 입력 2017.12.22 10:45 수정 2017.12.22 10:45

발열(發熱) 의자(倚子)

↑↑ 이승철=칼럼니스트
ⓒ 완주전주신문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최재형 사법연수원장이나,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이 잉크병 얼어터지는 찬방에서 공부해 법관이 되었는지는 모르나 겨울철 따뜻한 소식이다.

거리에서 볼기짝 따뜻한 데가 있다. 시내버스 승강장의 발열의자는 노인과 학생들이 잘 알아 발명가와 설치자를 고마워한다.

전에 ‘배부르고-등 다수면’ 국태민안이라 했다. 눈길 가지 않는 일부 서민을 빼고는 굶지 않으며, 옷 기워 입는 사람 없이 거리에서 볼기가 뜨뜻하니 좋은 세상이다.

초가 3칸 아랫목은 어른들의 자리이며 혹 출타하셔서 비어있어도 아랫사람이 함부로 앉지 않았다.

특별한 경우라면 산모와 아기가 누었다. 손님에게 권하며 서로 양보하고 요 밑에 찬 손을 넣어 녹이거나 겨울철 밥그릇을 묻어두었다.

윗방 서열도 마찬가지, 한 이불 속 부부지만 남좌여우(男左女右) 아랫목에 남편이 눕고 오른팔로 아내 머리를 비어 사랑을 속삭였다.

추위 무섭다. 냉병(冷病), 냉증(冷症), 음병(陰病)에 걸려 콜록콜록 쇠소리 나는 기침을 하다 저승에 가기도 했다. 숨 거두면 딴 세상이라 묏자리 왼편은 여자, 오른쪽은 남자 자리바꿈을 한다.

근래 윗목 아랫목이 없음은 보일러 덕택이다. 등 다순 침대서 잠 못 이루는 가장과, 부드러워 소리 안 나는 이불속에서 등 돌리고 자는 부부 무슨 까닭이라더냐? 자동차 자리도 온기가 있다. 푹석한 회전의자에 더 앉아 있어선 아니 될 사람이 많다.

전주대학교 시내버스 환승장에서 벌떡 일어나 어른께 발열의자 양보하던 그 청년은 좋은 집안 사위·며느리 감으로 훌륭하다.

발열의자 앞을 달리는 자동차는 무슨 연고로 그리 바쁜지.
2018년 6월 13일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선거도 자리차지 자리다툼이다. 따뜻한 양로당에서 외지 친구 자랑 말고 얼굴 맞댄 그 친구 발열의자 같은 장점을 찾아 칭송하라.

2017년 12월 20일로 예정되어 있던 대통령선거가 앞당겨진 그 사연 잊은 이가 많다. 2018년 2월 9일 평창올림픽대회 개회식에 초대권 한 장을 혹시나 했는데 물 건너갔다.

발열의자가 경기장 차가운 자리보다 낫다고? 그래 도종환 시나 읽으라고? 자기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행사가 되지 말아야한다.

전 완주문화원장 구영철은 중학생시절 급우를 위해 돈을 모아 주던 인간애가 있었다. 12월 12일이 마침 고인의 5주기… 발열의자 온기 같은 인심을 남기고 갔다.

황 아무개는 만원짜리 한 장을 봉투에 넣어 육촌동서 팥죽 사드시라고 보냈다. 만원은 적으나 팥죽 한 그릇은 크다.

아우 ‘야곱’과 형 ‘에서’ 사이에 떡과 팥죽 한 그릇으로 장자권이 오갔다.

화산 와룡 임인교는 기계로 딸네 벼를 여러 해 베어줬고, 딸 시아버님 김재동은 송아지 한 마리를 보내어 그 공을 갚았다. 사돈 간에 이만하면 멋지지 않나? 농사 이런 재미로 짓는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땐 뭐가 오갈까.


/이승철(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칼럼니스트(esc26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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