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수확기에 기승을 부리는 멧돼지나 고라니의 피해가 여름부터 이어지고 있어 피해 농민들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현재 완주군 내에 멧돼지나 고라니에게 피해를 입은 면적은 3천799㎡로 대부분 산지와 접해 있는 농가들인데, 수확철이 되면 그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멧돼지와 고라니의 농작물 훼손 문제는 해마다 지속되고 면적도 증가하고 있지만 완주군에서는 경찰서와 피해사실을 확인한 후 포획허가를 내주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피해를 입은 농가들이 대부분 자구시설을 하지 않아 보상 또한 여의치 않다보니 피해 농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피해를 입은 농가들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피해 면적기준을 넘겨야 하고 피해방지시설(울타리 등)설치 등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화산면 원승치리 원승마을에 거주하는 이성수(62)씨의 인삼밭을 방문했을 때 상황은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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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멧돼지 피해를 입은 원승마을 이성수(62)씨가 인삼밭을 가리키고 있다. |
ⓒ 완주군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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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200평의 인삼밭을 밤새 멧돼지들이 파헤쳐 이곳저곳이 움푹 패여 수확할 수 있는 인삼이 없어보였다.
이 씨에 따르면 멧돼지의 피해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어 삼을 이식했는데 올해 또 피해를 입은 것이다.
흔히 멧돼지는 옥수수와 고구마, 감자, 과일 등에 피해를 주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이번 인삼밭 습격은 멧돼지로 인한 피해 농작물 범위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씨는 “지난해 삼을 이식하면서 많은 돈을 들였는데 올해는 그 피해가 커서 인삼수확을 포기해야할 위기에 놓였다”면서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운주면에 거주하는 한 농가는 멧돼지와 고라니로부터 옥수수 밭을 습격당했다.
신기한 것은 피해를 입은 밭은 밖에서 보면 아무런 피해가 발생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밭 안쪽을 살펴보면 거의 모든 옥수수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기존에는 산지와 인접해있는 밭이나 과수원이 피해지역 이었지만 현재는 멧돼지의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마을 인근까지 출몰 하고 있어 인명피해도 예상되고 있다.
(사)환경실천연합 밀렵감시단 김신배 단장은 “멧돼지가 한번 찾은 곳은 다시 찾아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농가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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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환경실천연합 밀렵감시단 김신배 단장과 한천수 운주면지부장이 멧돼지 피해를 입은 이성수씨에게 피행 현황을 듣고 있다. |
ⓒ 완주군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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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완주군 내에는 삼례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지역에 수렵허가가 나있다.
문제는 야간에 총기사용이 금지되고 있는 것.
김신배 단장은 “전주와 정읍, 순창, 임실, 진안 등지에서는 야간 총기사용을 허가했다”면서 “멧돼지는 야행성 동물로 주로 밤에 활동하기 때문에 야간에 총기사용을 허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주간에 멧돼지나 고라니를 잡을 확률은 야간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며, 특히 이들을 포획하기위해 한낮에 산에 오르면 개와 사람이 모두 지쳐서 잡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천수 환실련 운주면지부장은 “운주면에서도 멧돼지를 막기 위해 많은 농가들이 밭에 개를 묶어 놓거나 라디오를 틀어놓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피해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라면서 “멧돼지나 고라니가 전기울타리도 약한 곳을 찾아 뚫어버릴 정도로 영악하다”며 “해결책은 개체수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멧돼지와 고라니는 조금 있으면 벼에 이삭이 팰 때 논으로 들어갈 것”이라며 “이대로 놔두면 콩, 옥수수, 고구마, 벼, 고추 등 농가에서는 유해조수 피해로 인해 수확할 농산물이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라며 “경찰에서는 반드시 야간총기 사용을 허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완주지역에서 야간 총기사용이 풀리지 않으면서 인접한 시군에서 멧돼지나 고라니들이 완주로 유입되는 역효과도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 완주군 관계자는 “완주경찰에 야간에 총기사용을 할 수 있도록 협조공문을 보냈다”면서 “경찰에서 농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적극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완주경찰 관계자는 “멧돼지의 피해도 중요하지만 민원의 소지가 있어 현재 여러 가지 면에서 야간총기 사용을 신중하게 검토 하고 있다”면서 “야간 총기 사용 허가를 안내주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완주군은 올해 2천만원의 피해보상금을 책정하고 피해를 입은 농가에 지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4천만원(자부담 40%)의 예산을 편성해 전기목책기 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완주군 관계자는 “전기목책기의 경우 올해 지원자가 몰려 모든 농가에게 지원하지 못했지만 순차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완주군에서 전기목책기를 설치한 농가는 25농가에 그 길이는 5천800㎡다.